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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 Feb 12. 2023

정의당 유감

저는 진보정의당의 당원이었습니다.

정의당은 작지만 강한 정당이었습니다. 시사예능부터 토론회까지, 정의당 정치인은 거의 모든 방송에서 주역이었습니다. 정의당을 보면, 주사파에게 장악당하지 않은 민주노동당이 보다 세련되어져서 국회에 복귀하는 모습까지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원래 정의당은 지금처럼 누렇게 찌든 정당이 아니었습니다. 황금처럼 빛나는 정당이었습니다.


정의당은 왜 그렇게 빛났을까요? 강령이 특별하지는 않았습니다. 민주당이 사회정의와 소득주도성장론을 앞세우면서, 정의당과 민주당은 정치성향 스펙트럼에서 상당히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인적 구성이 특별하지도 않았습니다. 당시 민주당에는 김종인 위원장도 있었고, 아직 부패가 들키지 않은 조국 교수와 표창원 교수, 이철희 의원 같은 새로운 인재가 많았습니다. 그에 비하면 정의당은 너무 소수 정예에 의존했습니다.


남은 요소는 소통 능력입니다. 정의당의 소수 정예는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한 이슈를 언제 어디서든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할 줄 알았습니다. 특별히 대단한 원인 분석이나 대안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그 어느 정당의 정치인보다도 대중과 친밀했습니다. 유시민 장관은 토론과 글쓰기의 대명사였고, 노회찬 의원은 '6411번 버스' 연설로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습니다. 다시 말해, 정의당은 뛰어난 소통 능력으로 당을 브랜딩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이를 증명하듯이, 정의당의 브랜드를 지탱하던 소수 정예들이 하나 하나 사라지자, 정의당도 빛을 잃었습니다. 유시민 장관과 진중권 교수가 당과 멀어지고, 노회찬 의원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린 다음부터, 정의당의 메시지는 더 이상 참신하지도, 재미있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단어는 점점 어려워졌고, 퍼포먼스는 점점 유치해졌습다. 이전의 정의당은 인터넷 밈을 주도했지만, 이후의 정의당은 인터넷 밈으로 조롱받았습니다. 남은 정치인들은 정의당의 브랜드 가치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정의당은 옛날 빛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정치인들을 끌어안고 가는 한, 그러기 어려워 보입니다. 정의당이 에 허덕이게 된 데에는 같은 당원조차 포용하지 못하는 소심함 등 여러 원인이 있지만, 당원들에게도 희망을 주지 못할 정도로 소통 능력을 잃었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인 듯합니다. 정의당이 예전처럼 일관되고 대중적인 메시지를 내놓지 못한다면, 다음 총선에서 시대전환이나 진보당보다 의석을 얻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정의당에 가장 필요한 것은 참신한 대안이 아니라 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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