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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 Feb 13. 2023

Chat GPT가 발전하면 누가 혜택을 볼까요?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지금이라도 논의해야 합니다.

'Chat GPT'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니 살짝 불안합니다. 직접 써보지는 않았지만, Chat GPT는 어떤 주제에 대해서든 뚝딱 글을 빚어낼 줄 아는 듯합니다. 데이터와 노하우가 축적되면, 어지간한 글쟁이는 설자리가 없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최소한의 팩트체크도 하지 않는 기자들이 숙청되는 것은 좋은 일인 것 같지만, 돈 주고 책을 사야하는 제가 엄청난 데이터베이스를 가진 AI와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체급 차이가 느껴집니다. Chat GPT와 협업하는 방법을 고민해 볼 수는 있겠지만, 스테로이드를 맞고 올림픽에 나가는 것 같은 배덕감이 드는 건 어째서일까요.

사실 가장 불안한 점은 접근성입니다. Chat GPT는 아직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오픈 AI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소유자가 유료로 전환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Chat GPT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럴 수 없는 사람 사이에서 격차가 벌어질 것입니다. 투자할 자본을 가진 사람과 갖지 않은 사람처럼 말이죠. Chat GPT가 발전해서 콘텐츠 시장을 발전시키는 일 자체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그 발전의 산물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가입니다. Chat GPT 같은 AI가 또 다른 배제적인 소유물이 된다면, 저 같은 사회주의자는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늘 것입니다.

사회적 목표와 분리된 경제활동과 재산 소유는 모든 사회주의자의 적입니다. 모두가 사회적 목표를 헤치지 않는 한에서 자유롭게 경제에 참여하고 재산을 소유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사회주의자의 목표입니다. 사회적인 목표에 대해서는 사회주의자 마다 의견이 다르지만, 저는 모두의 생활수준을 증진시키기 위해 능력 있는 사람에게 중요한 재산을 분배하는 질서, 다른 말로 '사회적인 능력주의 질서'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런 질서에 부합하는 재산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국민연금기금입니다. 국민연금기금은 사회적인 가치에 봉사하지만, 능력주의적으로 경영진을 선발합니다. 저는 사회적 기반이 되는 자본이 모두 이렇게 경영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AI가 무한히 발전해서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에는 의구심이 들지만, 그렇게 되기 전에 AI의 발전을 관리하는 것이 사회주의자가 해야 할 일입니다. 국민연금이 철저히 능력주의적으로 경영진을 선발하고 사회적인 가치에 봉사하는 것처럼, 더 나은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윤리적이고 혁신적인 사람에게 AI의 통제권을 위임하는 사회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흔히 사회주의는 끝났다고 이야기하지만, 새로운 배제적 소유가 나타나기 직전인 지금이야말로 사회주의자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사유재산에 대한 사회주의의 비판에서 핵심은 규제받지 않은 채 운영되는 산업 조직과 사유재산 제도가 경제적 폐해를 낳는다는 것이다."
- 리처드 헨리 토니, 탐욕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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