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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 Feb 26. 2023

법 앞의 평등은 경제적 불평등과 충돌할 수 있습니다.

정순신 변호사가 보여 준 우리의 불평등.

정순신 변호사는 우리에게 좋은 교훈을 남겼습니다. 법은 어렵고 비쌉니다. 게다가 소극적입니다. 먼저 찾아가서 사람들을 무료로 보호해 주지 않습니다. 자연히, 돈이 많고 법을 잘 알아서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법의 보호망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가난하고 모르는 사람은 당해야 합니다. 사회의 상층부에 있는 정순신 변호사는 우리나라 법이 사회의 하층부를 보호하는 데에 얼마나 서툰지 직접 보여줬습니다.

이처럼, 법 앞의 평등과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서로 충돌할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불평등한 사회는 법 앞의 평등을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자유로운 사회의 기본은 평등한 권리입니다. 정부기관이 모두를 평등하게 대우하고 모두에게 평등하게 권리를 보장할 때, 모두가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누군가만 법의 보호를 받으며 자유를 누리는 사회는 자유로운 곳이 아닙니다. 지나친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자유의 적인 셈입니다.

서유럽의 '자유주의적 사회주의자들'은 이 사실을 오래 전부터 지적해 왔습니다. 모두가 하나의 법으로부터 동등하게 보호받기 위해서는, 소수가 누리는 경제적 권리를 조정해야 합니다. 정부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재산을 강탈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런 정부는 결국 다른 권리도 강탈할 것입니다. 단지, 다수가 실질적으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소수가 누리는 경제적 권리와 다른 권리를 보다 조화롭게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자유는 공짜가 아닙니다. 다양한 성격과 조건에서 사는 사람들 속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사회를 구축하는 일에 드는 비용을 감당해야 합니다. 적절한 세금과 규제는 문명 속 자유에 붙은 가격표인 셈입니다. 맹목적인 감세와 규제 완화는 당장의 경제적 자유를 증진시켜 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사회적 혼란과 계급 대립이라는 값비싼 청구서를 들이밀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맹목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지지해 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진석 변호사 같은 사례가 계속 나타나서 자유민주주의의 정당성에 대한 의심을 증폭시키는 일을 막으려면, 우리는 보다 사회적인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자유주의는 사회주의와 함께할 때 동등한 권리라는 약속을 지킬 수 있습니다.

"자유주의적 정부는 사치와 빈곤 사이의 불균형이 계급 적대로 확대되어 사회의 안정과 사적 재산 자체의 지배를 위협할 정도로 이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스티븐 홈즈, '권리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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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자유주의적 사회주의를 공부할 수 있는 책입니다.

1. 존 스튜어트 밀의 '정치경제학 원리'
2. 셰리 버먼의 '정치가 우선한다'
3. 문성훈의 '새로운 사회적 자유주의'
4. 서병훈의 '자유의 본질과 유토피아'
5. 우디 그린버그의 '바이마르의 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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