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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 Mar 19. 2023

우리나라는 위기입니다.

정부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경제성장률이 저조합니다. 즉, 소득 창출이 정체되었습니다. 개인 신용은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소득은 줄어드는데, 더이상 부족한 소득을 벌충해 줄 신용이 없습니다. 이는 곧 시장에 참여해서 물건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점점 줄고 있다는 뜻입니다.

시장경제는 교환경제입니다. 서로 다른 물건을 만든 사람끼리 화폐를 기준 삼아서 교환하며 먹고 사는 질서가 시장경제입니다. 교환은 교환할 만한 물건을 가진 타인을 전제합니다. 내가 아무리 많은 연필을 갖고 있어도, 그 연필을 살 사람이 없으면 무일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연필이든, 쌀이든, 집이든, 구매자가 사라진다면 경제적 가치도 사라집니다. 시장경제에서 모든 물건은 그 물건을 구매할 능력이 있는 타인이 있을 때에만 가치 있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구매력이 있는 사람이 줄어든다면 나머지도 가진 걸 팔아서 돈을 벌기 어려워집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디에서 구매할 능력을 얻을까요? 시장경제에서는 구매할 능력조차 유료입니다. 돈이 없으면 돈을 벌 수단을 가질 수 없습니다. 따라서, 부모로부터 재산을 상속받지 못한 대다수는 이미 큰 재산을 가진 사람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하고 화폐를 받거나, 근로장려금처럼 정부가 나눠주는 화폐를 받을 때 구매할 능력을 얻습니다. 다시 말해, 대다수에게는 '고용'과 '재분배'가 구매력의 원천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피고용자의 절반 정도가 소득세도 내지 못할 정도로 적은 화폐를 받고 있습니다. 소득세 면세자가 많다는 사실을 한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그만큼 많은 사람이 가난하는 점을 보여주는 단서라고 봐야 합니다. 나머지도 썩 상황이 좋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피고용자는 전체의 20%도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남의 일자리를 빼앗을 정도로 많은 시간을 일해서 부족한 소득을 벌충해야 합니다. 이런 이야기도 일자리가 있을 때에나 의미 있습니다.

재분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은 아플 때에만 병원비 부담을 덜어주는 식으로 소득을 재분배할 뿐이고, 국민연금은 64세가 넘는 사람에게만 약간의 소득을 재분배해 줍니다. 실업급여는 애초에 취직하지 못했거나 일을 그만 둘 수 없는 사람에게는 무의미한 제도이고, 기초생활수급제도는 기존의 사회적 지위와 생활수준을 완전히 포기하고 숨만 붙은 채로 살아야 혜택을 주는 제도입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고용 가능성을 높이는 데에 제대로 투자하는 것도 아닙니다. 한국장학재단이 있어도 여전히 많은 학생이 학자금 대출에 묶여 있고, 과잉경쟁에 뛰어들기 위해 비싼 학원비를 감당해야 합니다. 그렇게 비싼 돈을 들여도 정작 취업을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내일배움카드는 공부하면서 생활비를 지원받을 수 있거나, 일하면서 공부할 시간이 있는 사람에게만, 그것도 충분하지 않는 금액을 지원해 줍니다. 각종 스타트업 지원 정책은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서 다수에게는 무의미한 제도인 점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사업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이지 생활비를 주는 정책이 아닌 만큼 일상 구매력을 키우는 데에는 별로 도움되지 않습니다.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일상 속 구매력 유지에 도움되는 재분배 장치는 자녀장려금과 근로장려금 뿐인 셈입니다.

이제 초고령사회가 된 우리나라는 가뜩이나 적은 복지 예산을 일할 수 없는 노년층에 들이부어야 합니다. 앞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화폐를 축적해 주는 게 아니라, 다음 세대가 어렵사리 구한 화폐로 앞 세대를 부양하는, 세대 간 재분배가 주로 이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앞으로는 정부 규모가 늘어나도 시장을 살리는 데에 유의미한 효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와중에, 많은 사람이 일확천금을 노리며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에 남은 화폐와 신용을 붓고 있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지금은 전반적인 구매력이 떨어져서 가격이 높아지면 그 만큼 되팔기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부동산 시장은 이미 이런 한계 상황에 다다른 탓에 가파르게 위축되고 있급니다. 즉, 대다수는 본전도 못 지킬 치킨 레이스에 귀중한 화폐와 신용을 낭비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게 위기 상황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 위기 상황일까요?

담대한 사회적 합의로 '저임금 - 저복지 - 고실업 - 고령화' 사중고를 해결하지 못하면, 아무리 외교력으로 수출 시장을 지켜도 문제는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입니다. 기업에게만 맡긴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기업은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감당할 능력도 의지도 없습니다. 전반적인 구매력이 정체된 상황에서는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기업도 환자인데, 환자에게 치료를 맡길 수는 없습니다. 지금이야말로 강력한 정부가 필요한 때입니다.

국가주의(statism)의 시대가 돌아왔습니다.

"자유방임주의는 죽었다. 사회 통제 만세!"
- 뉴딜 관료 중 한 사람
('뉴딜, 세 편의 드라마', 볼프강 쉬벨부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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