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완 Mar 19. 2023

'민족'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우리에게는 더 나은 민족주의가 필요합니다.

미국과 캐나다는 종족성, 민족 정체성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아자 가트 등 학자들의 연구를 살펴보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건국 당시 미국은 '잉글랜드인'이라는 정체성을 확실히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후에도 이 잉글랜드인들은 독일인, 아일랜드인, 이탈리아인이 대규모로 이민 올 때마다 낯선 이가 집안에 쳐들어 온 것처럼 경계했습니다. 지금은 오랜시간 서로가 차별하고 갈등하면서도 혈연 관계로 이어진 덕에 여러 유럽 - 기독교 문화권 혈통이 '미국인'이라는 새 민족으로 통합되었을 뿐입니다


"나는 신께서 하나로 연결된 이 나라를 하나로 결속된 인민에게 기꺼이 주셨다는 사실을 기쁘게 떠올리곤 한다. 이들은 같은 조상의 후손이며,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종교를 믿으며, 같은 통치 원리를 따르고, 예절과 관습도 아주 비슷하다."

- 존 제이, 미국 초대 대법원장


캐나다도 마찬가지입니다. 캐나다 사람들은 원주민과 영국계 캐나다인, 퀘백인이라는 뚜렷한 민족 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건국 이래로 줄곧 캐나다 정치에서 중요한 이슈였습니다. 캐나다는 넓은 영토와 자유로운 시민권, 경제적 안정 덕에 민족 간 대립이 덜 드러날 뿐, 민족 의식이 없는 곳이 아닙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인종, 종족, 소수 민족 이슈가 중요하지 않은 적은 없습니다.


미국과 캐나다는 강력한 법치로도 막지 못한 민족 간 갈등의 시대를 견뎠습니다. 두 나라는 긴 시간 동안 여러 민족이 하나의 새 민족으로 융합되거나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법을 익힌, 특별한 사례입니다. 보통 서로 잘 융합되지 못한 다민족 사회는 유고슬라비아,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같은 결말을 맞이하기 마련입니다.


"시민적 국가들이 순전히 시민성과 정치 제도의 공유에 기반한다는 순진한 이데올로기적 허구는, 좋게 말하면 관용에 대한 열망과 편견에 대한 거부의 이데올로기적 표현이고 나쁘게 말하면 ‘허위의식’에 깊이 물든 상태다. 물론 모든 민족에는 강한 시민적 요소가 있으며 거기에는 다양한 혼합과 균형이 존재하지만, 시민적 협력의 토대로서 친족-문화 정체성을 공유한다는 의식에 의존하지 않는 민족은 드물다."

- 아자 가트, 민족


풍요롭고 관대한 서구에서도 다문화주의는 실패했습니다. 서구권 밖에 있는 다문화 사회 대부분은 압도적인 다수 민족이 나머지를 억누르고 있거나 내전에 돌입했습니다.


세계시민주의는 일부 고학력자들의 유토피아 사상일 뿐, 현실적인 대안이 아닙니다. 친척 중에 같은 친척끼리 사이 나쁜 사람이 몇 있다고 해서 친척이라는 사실과 의식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남보다 가족을 더 아끼고, 알게 모르게 내가 속한 민족을 하나의 대가족처럼 여깁니다. 단지 너무 일상적이라서 대가족 의식이 드러날 기회가 흔치 않을 뿐입니다.


"경제적 이득을 위해서든 외계인 방어를 위해서든 인간 사회들이 서로 의지할 때라 해도, 차이점의 무게감이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전 세계 사람들이 인류 전체와 하나로 연결된 느낌을 가질 것이라는 범세계주의 관념은 하나의 몽상에 불과하다."

- 마크 모펫, 인간 무리


만약 우리나라가 제대로 된 대비 없이 단 기간에 다민족, 다문화 사회가 된다면, 다른 민족과 결혼하며 혈통과 문화, 친족 의식을 공유하는 융합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사람이 갈등하는 원인 목록에 계급, 세대, 지역, 젠더 뿐만 아니라 종족성도 추가될 것입니다. 여전히 다른 민족에 대한 차별 의식이 강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구 이상으로 소수민족과 다툴지도 모릅니다.


건전하지 않은 민족주의자는 하나의 혈통과 신화 같은 역사 이야기에 집착하지만, 민족은 서로 섞일 수 없는 고체가 아닙니다. 액체입니다. 서로 다른 가족이 결혼을 통해 친척이 되는 것처럼, 민족도 다른 민족과 겹겹이 혈연 관계가 되고 문화를 교류하면서 새 민족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잉글랜드인, 독일인, 아일랜드인, 이탈리아인이 하나의 미국인이 된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다민족, 다문화 국가가 아니라, 여러 혈통과 문화가 하나로 합쳐진 새로운 대한민국을 창조해야 합니다. 폐쇄적이고 맹목적인 민족주의를 버리고, 개방적이고 건설적인 민족주의를 골라야 합니다. 세계지도는 민족 국가(Nation - State)로 채워져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이민족으로 구성된 나라에서는 자유로운 정치제도가 거의 불가능하다. 상호 유대감이 없는 사람들, 특히 서로 다른 말을 쓰는 경우, 대의정부 작동에 필수적인 사람들의 통일된 생각이 존재할 수가 없다."

- 존 스튜어트 밀, 대의정부론

작가의 이전글 우리나라는 위기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