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막 가라앉는 순간, 세월호 사건은 교통사고였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선장은 누구보다 먼저 배를 버렸습니다. 해경은 배 안에 갇힌 승객을 구조하지 않았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청와대는 반나절이 지나도록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배가 반쯤 가라앉을 때에도, 책임자는 현장에 없었습니다. 배가 다 가라앉은 뒤에는 온갖 음모론과 정치 공방이 사건 수습을 늦췄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교통사고가 아닙니다. 정치 실패입니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나라의 치부를 드러냈습니다. 우리나라가 위기 대처에 얼마나 서투른지, 그리고 얼마나 분열되어 있는지, 세월호 사건을 통해 다 알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공동체는 허울 뿐입니다. 모두가 각자도생해야 하는 처지이고, 그래서 불안과 외로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금도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 혼자 고시원에서 죽어가는 사람, 자녀들과 연락하지 못하고 외로워하는 사람은 묻고 있을 것입니다.
대체 '국가'는 어디에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