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5살 유치원 등원 버스가 도착하기 전 1분 1초가 지날 때마다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서 아프단 핑계를 대었던 그때, 엄마 품에 매달려 옷깃을 꼭 잡았다. 어찌나 분리불안이 심했던지 다른 집에 놀러 가거나 외출을 하면 엄마는 화장실도 마음 편히 가지 못했다고. 분리불안은 정서적 애착을 맺은 대상과 떨어질 때 스트레스를 받는 현상이다. 이런 증상은 아이뿐만이 아니라 강아지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분리불안이 생긴 강아지는 보호자가 보이지 않을 때 극도로 불안해하거나 집안 물건을 부수거나 아무 곳에나 배변을 보는 등의 이상 행동을 보인다. 엄마가 보이지 않으면 불안한 아기처럼 말이다. 보통 강아지의 분리불안은 홀로 있는 연습이 안 되었을 때, 평소 과한 애정표현을 하는 보호자로 인해, 갑작스레 환경 변화가 생겼을 때 등으로 만들어진다. 포니에게 분리불안이 생긴다면 나도 포니도 마음 편히 외출하지도 쉬지도 못할 것이 뻔하였다. 그러니 떨어져 있는 연습이 필요했다. 게다가 식구가 전부 외출하는 날이 다가오게 되었으니.
그날을 대비해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홀로 방에 두고 문 닫고 나가기, 몰래 다른 방으로 건너가기, 잠깐 혼자 있으라고 말하기 등 여러 방법을 시도했다. 강아지는 혼자서도 잘 있었다. 그렇게 홀로 있는 것은 걱정을 덜었는데 강아지가 편히 쉴 수 있는 환경은 무엇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프로검색러는 궁금한 것이 있을 때 휴대폰을 켠다. 그리고 형광등을 꺼주는 것이 좋다는 정보를 얻었다. 결론은 포니가 쉴 방의 형광등은 끄고 다른 방 불을 켜서 불이 은은하게 들어오게끔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강아지 숙면 음악을 켠 다음 이렇게 말했다.
언니 나갔다 올게. 포니 코 자고 있어 알겠지?
포니는 내 말을 알아들었을까?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는 강아지를 놔두고 오자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걱정되는 마음 한아름 안고 겨우겨우 현관 밖으로 나왔다. 외출하는 내내 포니 생각이 떠나질 않아 사진과 영상을 들여다보곤 했다. 일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부리나케 달려갔는데 포니가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는 게 아닌가. 강아지도 내가 무척 보고 싶었나 보다. 눈이 반쯤 감겨 있는 걸 보니 다행히 푹 잔 것 같았다. 생각해 보니 가족 모두 나가있는 동안 포니는 자면 되었다. 그럼 나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 뒤로 외출 시간을 계산해 미리 산책시켰다.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의 여행을 말하고 싶다. 강아지와 함께 살면 외출하는 것도 마음 편히 못하지만 여행은 더더욱 가기 힘들다. 마땅한 기회로 엄마와 단 둘이 제주도를 가게 된 날이었다. 급하게 잡힌 것이라 데려가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예전 같으면 여행 일정 짜느라 바빴을 텐데 이젠 강아지 걱정하느라 머리를 마구 돌려야 했다. 물론 집에 동생과 아빠가 있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아빠는 새벽 출근, 동생 또한 고등학생이므로 집은 온종일 비어있는 셈이다. 갈까 말까 고민하는데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동생은 걱정 말고 다녀오라고 하였다. 하교 후 산책 시키고 잘 챙길 테니 말이다.
그래도 걱정이 되었던 나는 큰 도화지에 동생이 신경 써야 할 것을 적어 신신당부를 했다. 그리고 노트북과 휴대폰을 연결해 실시간 카메라까지 설치 완료! 그제야 출발할 수 있었다. 틈만 나면 포니가 뭐 하고 있나 들여다보았는데 어쩜 그렇게 잘 자는지 내내 꿀잠에 빠져있었다. 여행은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마냥 즐길 수만은 없었다는 것. 포니는 잘만 자는데 분리불안은 내가 생긴 것만 같았다. 생각해 보면 내가 어린 시절 엄마가 눈에 보이지 않을 때 불안했던 것처럼 우리 엄마도 나랑 떨어져 있을 때, 내가 눈에 보이지 않을 때 어딘가 마음 졸이지 않았을까. 어쩌면 내 걱정에 나보다도 더. 분리불안이라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생기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