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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화 Oct 05. 2023

이름을 신중하게 지어야 하는 이유

포니야~ 포니~


강아지는 자다가 자기 이름이 들리면 고개를 빼꼼 올려 쳐다본다. 포니는 길거리에서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 혹은 자신의 이름과 비슷한 단어가 들리면 멈춰서 돌아본다. 이 강아지는 자기 이름이 포니라는 것을 안다.


네가 포니야? 포니가 포니야?


나는 이름 불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이름이 주는 의미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면서 신분과 역할이 바뀔지언정 이름은 개명하지 않는 이상 한평생 똑같이 불린다. 태어나서 가장 먼저 쥐게 되는 정체성도 이름이 아닌가. 그만큼 이름 붙이는 것을 매우 어려워한다. 게임 닉네임, 블로그명, 오프라인 모임에서 불릴 별명까지 이름을 정할 때마다 신중해진다. 한 번 정하면 바꿀 때마다 나도 사람들도 혼란이 올 수 있으므로 정할 때 제대로 만들려고 한다. (그러고선 닉네임을 수도 없이 바꾸긴 했지만...) 하물며 강아지 이름 짓는 날엔 머리를 싸매게 되었으니. 살면서 평생 불릴 이름, 특별하고도 좋은 의미를 담고 싶었다. 


나름의 조건도 있었다. 첫째로 부르기 쉽게, 둘째는 의미 있는, 셋째로 잘 어울리도록이란 기준이었다. 인터넷에 검색하면서 수백 가지의 이름을 보았다. 괜찮은 것 같지만 마음에 와닿는 게 없었다. 결국 그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짓지 못하였다. 


사람이 하나의 고민을 지독하게 품다 보면 어디선가 답을 준다고 생각한다. 강아지가 온 지 3일째 되는 날, 아침에 눈 뜨니 번뜩 떠오른 단어가 있었다. 


나 생각했어. 포니 어때? 4일에 왔으니깐 fourni인 거지.

부르기 쉽네. 괜찮다.

포니야~ 포니! 아주 좋다.


4일에 온 강아지다. 그래서 포니는 포니이다. 짓고 나서 pony로 검색해 보니 나름대로 의미를 붙일 수 있었다. 포니란 말의 한 품종인데 몸이 작고 튼튼하며 인내력이 강하다고 한다. 딱 우리 강아지였다. 작지만 튼튼한 강아지. 잘 기다릴 줄 아는 강아지. 이름은 존재를 더 빛내준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꽃 中-


산책하다 보면 강아지 이름을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그럼 나는 포니라고 말씀드리며 미소를 짓는다. 포니의 이름을 물어봐 주고 불러줘서 고맙다. 포니는 자기가 포니인 걸 안다. 이 세상에 사는 동안 포니가 그 이름으로 많이 불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름 뒤엔 좋은 말들이 붙어 사랑받는 강아지가 되길 바란다. 


포니가 포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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