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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화 Sep 20. 2023

의지박약의 5년째 글쓰기 비법

제가 작심삼일인데 말이죠...

마트에 드러누워 겨우 얻어낸 장난감은 일주일 가지고 놀았고, 피아노는 체르니 100이 되자마자 그만두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싫증을 쉽게 냈다. 싫증을 쉬이 내는 아이는 커서 작심삼일형 인간이 되었다. 뭐든 꾸준히 하는 법이 없었다. 다이어트도 독서도 일찍 일어나는 것도 일주일 안에 무산되었다. 그런 내가 5년째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글쓰기이다. 그 비결은 일기가 아닌 글쓰기를 했다는 것에 있는데 그 둘의 결정적인 차이는 읽어주는 사람이 있거나 없거나이다.


스무 살에 대입에 실패하고 마냥 집에 누워 있을 수만은 없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 대학을 가지 못한 것은 내게 세상이 무너지는 일이었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내가 고졸이라는 사실에 힘겨웠다. 원래는 돈을 벌어 재수 학원에 들어갈 요량이었다. 그런데 계획이 틀어졌다. 일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맛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학이 전부인 줄 알았던 나의 작고 작은 시선이 깨졌달까. 한편으론 반복된 일에 내가 멈추어 있단 느낌이 들기도 했다. 시간을 헛되이 쓰고 싶지 않았던 나는 1365 봉사 사이트에 들어갔다. 대체 어떤 생각으로 봉사 사이트에 들어갔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때 눈에 띄는 한 가지를 발견했으니 바로 관악구청에서 주관하는 그림책 프로그램이었다.


나 빼고는 전부 아이가 있는 주부님들이셨다. 그림책 수업인 줄 알고 갔는데 글쓰기를 알려주시는 게 아니겠는가. 그 수업은 지금까지 나를 쓰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주부님들과 모여 글을 썼다. 그 당시 내가 너무도 미웠던지라 글에 푸념하듯 내 마음을 담곤 했다. 지금 보면 두서없는 글인데 막내라고 칭찬을 많이 받았다. 


글쓰기 시간엔 내 글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글도 들을 수 있었다. 40년째 시어머니를 모신다거나, 부잣집에 시집갔지만 불행하다던가 드라마는 텔레비전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대게 설움이 있는 분들이 글을 좀 더 길게 써오곤 했다. 글쓰기는 활자를 넘어 위로가 오고 가는 행위였다. 나는 그곳에서 나의 쓸모를 발견했으니 두부처럼 으스러지기 쉬운 마음이 곧게 서기 시작했다. 그 뒤로 글을 쓰는 사람, 글을 쓰는 모임을 쫓았다. 


모임이 없을 때는 친구와 독후감을 써 와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살아온 환경이 비슷했던지라 고등학교 땐 삶의 다방면에서 닮은 사람인 줄 알았다. 우린 서로를 쭈구리 부류라 칭하며 내내 주눅 들어 있곤 했다. 그런데 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니 우린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었다. 또 한 주에 하나의 글을 내보이는 온라인 모임에도 참석했다. 서로 일면식 한 번 없던 사람이 모여 날 것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매주 모여 한 편의 글을 읽었을 뿐인데 그 사람들에게 조금씩 마음이 갔다. 끝날 때쯤 모임 일원인 한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따로 한 번 보고 싶다고. 지금은 내게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이 되었다.  


함께 쓰는 글쓰기는 타인의 세상을 엿보고 내 세상을 키우게 해 주었다. 그게 나를 쓰게 만들었다. 이렇게 있어 보이게 마무리하고 싶지만 나를 쓰게 한 진짜 이유는 또 따로 있으니...! 바로바로 마감시간이다. 도통 생각이 나지 않아 한 자도 쓰지 못했는데 신기하게도 마감 당일엔 머리가 팽팽 돌아가더니 어떻게든 쓰게 됐다. 글을 꾸준히 쓰고 싶다면 반드시 쓰게 되는 모임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쓸 수밖에 없는 모임 말이다. 이왕이면 피드백까지 받을 수 있는 곳이면 더 좋다. 그게 아니더라도 함께 쓰다 보면 꾸준히 쓰게 되는데 그럼 글쓰기 실력은 절로 상승하게 된다. 


모든 게 무서워 무릎을 꼭 안고 움츠러들었던 스무 살에
나에게 글쓰기를 만나 다행이었다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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