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생각했던 '어른'과 지금 생각하는 '어른'의 차이
수능이 끝나고 시간이 여유롭였던 그때,
큰 빨간 도화지를 구해다 잡지에서 오리고 모은 사진들을 붙여 나의 20대, 30대를 그리고 상상하고 바람 했다. 결혼할 때까진 남아 있었는데 그 후 내가 거침없이 처분했던 것 같다.
기억이 나는 건 30살(!)이 되면 그전에 충분히 긴 머리는 했을 테니 멋있는 숏컷을 할 것이고 어느 정도 커리어를 이뤘을 테니 멋있고 세련된 스타일을 추구할 것이라고 야무진 생각이 담긴 사진들이 붙여있었다.
드라마에서 보던 멋진 여성의 모습을 그려놓았던 것 같고 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던 이걸 만들고 있는 어린 내가 보였다.
30살이면 꿈꿨던 일들을 어느 정도 이뤘을 거라는 어린 나에게 네가 생각한 대로 되진 않았다는 덤덤한 위로와 살짝의 미안함? 그리고 알고 보니 세상은, 삶은 생각보다 길고 30살에 모든 게 정리되어 있고 안정적인 삶은 재미없다는 걸 이야기하고 있는 '어른'이 된 지금의 나다.
엄마가 되고 나서 ‘나는 우리 아이들이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이 되길 바라길래 나는 아이에게 교육을 하고 있는 거지? 이렇게 생각하면 좁아졌던 시야가 넓어진다. 행복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일도 어느 정도 최선을 다하면서 재미도 느끼고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 하나쯤 가지고 있어 무언가에 빠질 수 있는, 그리고 사람들과 웃으며 지낼 수 있는 관계가 있는, 그런 사람이길 바라고 있었다. 이런 생각이 들면 우리 아이에게 도움 되지 않는 옆집엄마의 사교육이야기는 날아간다.
어른이 되어보니 학생 때 친구들, 대학친구들을 떠올리게 되고 학교, 회사, 직업이 인생의 행복을 좌우할 줄 알았던 어린 날의 생각이 떠오른다. 이사를 가 다른 동네에 살게 된 친구도, 학교를 다른 곳으로 가게 된 친구도, 회사를 다른 곳으로 가게 된 친구도.
각자 같은 학교, 직업이어도 다른 인생을 살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시간을 즐기며 의미 있게 보내는 친구들이 더 멋지게 건강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나의 또 다른 어른이 된 모습을 상상하고 있다. 20년 뒤 ‘어른’인 나는 어떤 모습일까.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을까, 또 상상하고 그려보고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