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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혼유여행2

내가 본 뮌헨

by nara

다시 일어나서 핸드폰을 이리저리 검색하고 비행사 어플에 들어갔다. 그리고 채팅방에 질문을 계속 해보았다. 아까는 응답이 없어보였는데 순조롭게 대답이 돌아왔다. 그걸로 무료로 다음날 저녁 티켓을 예약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저녁 8시 30분 차였다. 그 아이에게도 알려주고 온라인 체크인도 함께 했다. 아까는 무뚝뚝해보였는데 긴장이 풀린듯 표정이 한결 편해보였다. 나도 해결이 되니 언제 그랬냐듯 지나간 일이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공항에는 사람들의 소리가 서서히 들리기 시작했다. 그 아이와 헤어지고 나서 길 가다가 독일사람들이 줄서서 빵을 사는 모습을 보게되었다. 독일은 빵집이 제일 먼저 문을 여는 것 같다. 그 당시도 나는 외국인 앞에서 엄청 쪼는 사람인지라 눈치보다 겨우 샀다. 삐빅~트래블카드 첫 결제! 처음으로 해외에서 혼자 음식을 산 것이다. 이 뿌듯함은, 어린애가 첫 심부름하고 난 그런 기분이려나? 그 애가 생각나서 빵을 들고 도로 있던 곳으로 갔다. 우린 나누어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샌드위치 안에는 양이 푸짐했고 치즈도 듬뿍 들어있었다. 프레첼도 샀는데 프레첼 안의 치즈?버터?가 그 안에 들어있었고 정말 정말 맛있었다.


티켓을 구하고 날이 밝을 그 시간까지는 뮌헨에서 관광할 것들을 찾아보았다. 몸이 한번 각성해서 그런지 피곤할 기색이 전혀 없었다. 공항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마음이 안심이 되서 무엇이든 잘 해낼 수 있을 거 같았다. 아침 일찍 5시 30분쯤 S반 기차를 탔다. 공항 밖은 밝아보였다. 하지만 기차를 타보니 창문 바깥은 점점 더 칠흙같은 어둠 속을 달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가로등 밑으로 하늘하늘 떨어지는 눈꽃은 이뻐보였다. 밝아야 마음놓고 구경할텐데.. 처음엔 님펜부르크 궁전을 보려고 계획하다가 비교적 밝을거라고 예상한 시내에서 내리게 되었다. 다행히 곳곳에는 불켜진 곳들이 많이 있었다. 정말 조용하고 신비스러웠다. 눈도 함께 내리는데 모든 광경이 날 들뜨게 만들었다. 나중에 낮의 뮌헨 거리를 잠깐 보았을 때는 그때의 그 느낌이 없었다. 오랜 비행기를 타고나서 밟아본 첫 땅이기도 했지만, 새벽으로부터 아침이 밝아오는 공기와 이국적 건물의 모습과 색이 분위기를 압도했다. 아무도 없는 유럽의 한 도시 안에 나 혼자 저벅저벅 걷고 있다니..이건 정말 꿈만 같았다.

크리스마스 마켓을 저녁에 못봐서 아쉽지만 아침 일찍 나와서 상점을 준비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모습이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마리엔광장과 시청 앞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마리엔광장 안쪽 내부가 궁금했다. 길가던 직원께 물어보니 잠깐 고민하시더니 들어가도 좋다고 허락을 받았다. 계단 위에는 여러 갈래의 통로들이 보이고 또 계단의 통로의 통로와 계단이 있었다. 해리포터 기숙사로 향하는 길목 같았다. 자기 세상에 흠뻑 빠진 고양이처럼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핸드폰으로 마구 찍었다. 사무실들이 있었기 때문에 관광목적의 건물은 아닌듯 보였다. 독일의 건물에 대해 아무 정보도 없었고 잘 몰랐었는데 생각보다 만족스러웠다.


금방 아침이 되었고 종이 울리자 8시쯤 프라우엔 성당으로 들어갔다. 몇몇의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있었다. 내 뒤로 들어오신 분이 자리에 앉으시길래 나도 덩달아 따라 앞쪽에 앉게 되었다. 갑자기 신부님 두세분이 진행을 하기 시작했다. 금방 사회진행이 끝날 줄 알았는데..오랫동안 끝나지 않았다. 끝난 후, 정문 앞 디스플레이에 그 시간 계획되었던 미사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미사는 처음이었다. 신부님의 목소리가 공간 안에 울려퍼지고 아우라를 뿜어냈다. 정중앙 위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님 동상은 현실감 있게 잘 만들었었다. 신부님께서 말씀하시면 앉아있는 사람들이 말을 해야 하는데 난 까막눈에 벙어리라 입술만 살짝살짝 시늉만 했다. 신부님으로부터 엄청난 포스가 느껴졌다. 그러고보니 이 공간에 계신 모든 분들이 신앙이 신실하신 현지인들이었다. 예배는 엄청난 위압감과 엄숙함을 주었다. 관광객은 나밖에 없는 듯 했다. 이미 앞쪽에 앉아있었고 그 분위기 속에서 빠져나오긴 쉽지 않아보였다. 우리 사이에 X맨이 있다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 신부님과 나 사이를 가릴 수 있도록 앞사람의 머리가 날 가릴 수 있도록 대각선 방향으로 앉았다. 책상 위에는 성경책처럼 보이는 책이 있었다. 그 책을 펼치고 찬송가를 부르기도 하고 읽기도 했다. 다 독일어로 되어있었다. 미사하는 중간에 무릎끓고 기도하는 시간도 있었다. 앉았다가, 일어났다, 무릎끓다. 계속 반복하는데 벌 받는 기분이 들었다. 타이밍을 못 맞출 때도 있었다. 남들처럼 무릎끓고 눈을 감고 있는 사이 눈 떠보니 성도들이 이미 앉아있어서 민망했었다. 마지막은 신부님 앞으로 줄지어 서서 동그란 뻥튀기를 받고 기도를 했다. 그건 성찬식 빵이었다. 나도 교회다니면서 받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줄에 섰다. 신부님은 빵을 주실때도 엄청난 카리스마로 나를 쳐다보셨다. 살짝 긴장되었지만 다른 독일인들처럼 신부님 옆에서 기도하고 들어갔다. 드디어 오랜 시간의 미사가 끝이났다. 휴.. 못 알아들어서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한번쯤 체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그 이후, 나는 사람들이 잘 안들어가는 예배당 뒤쪽을 구경해보았다. 아까의 예배는 거룩한 느낌이 있어보였는데 뒤쪽 어두운 공간은 옛 토속신앙을 이어받은 듯한 옛날 조각상들과 그림들이 철창 안에 모여있어서 굉장히 섬뜩했다. 내가 다른 곳의 성당들도 많이 가보았지만 이 섬뜩함은 그곳에서만큼은 찾아볼 수는 없었다.


오랫동안 걷다가 오데온 광장을 지나쳐 스타벅스에 들렸다. 간단한 빵과 아이스커피를 주문하여 바쁘게 걸어다닌 내 다리를 쉬게 해주었다. 그러고보니 나말고 모두가 뜨거운 음료를 시킨듯 보였다. 습관처럼 아이스를 시켰는데 카페 안이 생각보다 추워서 많이 못마시고 버렸다. 알테 피나코테크 미술관에 들어갔다. 내 여행의 첫 미술관이라 어떤 것도 헛투로 보지않고 하나의 그림도 오랫동안 감상하고 나왔다. 3시쯤이었던 것 같다. 계획했던 대로 님펜부르크 궁전을 가볼려고 구글을 켜보았는데 알고보니 궁전 닫는시간이 4시까지였다. 서둘러 궁전을 향해 갔다. 가는 도중 지하철, 기차, 버스로 갈아타면서 어떻게 자연스럽게 대중교통을 이용했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한번 용기내서 타본 경험이 나에게 부푼 자신감으로 돌아온 걸거다. 이젠 혼자서 못할 건 전혀 없어보였다. 유럽 안의 모든 것들과 나의 모든 행위들이 새롭고 설레고 재밌었다. 님펜부르크 궁전 내부는 이미 문을 닫아서 볼 순 없었지만 궁 밖의 하얀 정원과 호수가 미치도록 이뻤다. 이곳 어딘가에서 눈의 여왕이 지켜보고 있을 것 같았다. 가는 길에는 두 마리의 백조가 깨진 얼음 사이로 유유히 헤엄쳐갔다. 커다란 호수 위에는 수많은 오리들이 둘러쌓여있었다. 그렇게 많은 오리떼는 처음이었다. 먹이를 던진 것도 아닌데 지나가던 오리들이 날보면 내가 있는 곳으로 유턴했다. 혹시나하고 멀리 떨어져서 지켜보니 수많은 오리들이 멀리서부터 내 쪽으로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다못해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도시에 둘러쌓여 살아왔는데 이곳은 사면이 온통 백지 상태였 다. 뮌헨 시내와 님부르크 궁전을 관광하는 동안 이상하게도 춥지 않았다. 적어도 이때까지는 말이다. 그 후 구경하던 시간이 끝나고 옷과 신발이 눈에 쌓여 젖었을 땐 몹시 추웠다.


다시 돌아가려고 보니 돌아갈 버스티켓을 사지 못해 지하철 역까지 걷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기사님께 말하고 탈걸. 바보같이 난 역까지 걷는걸 선택했다. 그동안 잘 걸어왔기 때문에 20분 걷는 시간이 짧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걷던 도중, 다른 길로 샜고 더이상의 체력이 남아있질 않았다. 너무도 앉고 싶지만 눈밭에 앉을 곳은 없었다. 눈은 아까보다 훨씬 더 많이 왔다. 그래서 그런지 택시는 보이질 않았다. 어떤 택시기사는 자기 차문을 잠그고 집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마침내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절뚝였다. '이제, 고작 8분만 더 걸으면 돼. 조금만 더 참자.. 참자..' 고작 그 8분도 나한텐 무한한 시간처럼 느껴졌다. 주유소를 지나치는데 기름넣고 있는 택시기사를 보게 되었다. 살짝 망설이다가 있는 힘을 내어 뛰어갔다. "실례하지만.. 차 타도 되나요?" 아마도 그 아저씨는 설인을 본 기분이였을거다. 그렇게 무사히 택시를 타고 지하철 역에 내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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