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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공대생 Aug 05. 2019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 오구니 시로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저의 생각을 쓴 글입니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라니. 제목부터 눈길을 끌었다. 다 읽고 나서는 우리나라에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 생긴다면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날이 기다려지게 만드는 책이었다.


이 책은 실제로 일본에서 일어났던 한 프로젝트에 관해 다루고 있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 바로 그것이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에서 근무하는 모든 어르신 분들은 치매를 겪고 계신 분들이다. 치매를 겪고 있는 사람도 똑같은 사람이다,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지로 이 프로젝트가 처음 시작되었다. 이 책 안에는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을 진행하면서 저자가 겪은 수많은 이야기들과 실제로 식당에서 근무한 어르신들, 어르신을 도와드리는 스태프분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에 방문한 손님들의 이야기 여러 편이 실려 있다.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에서는 일반적인 식당이라면 생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내가 주문한 메뉴가 다른 메뉴로 바뀌는 일은 당연하고 아예 주문이 접수가 안되거나 똑같은 주문을 여러 번 말해도 다시 한번 물어보러 오는 종업원도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그 누구도 화를 내지 않는다. 오히려 주문한 메뉴와 다른 것이 나오면 웃음꽃이 피어나고 제대로 된 메뉴가 나올 때 시무룩해하기도 한다. 내가 시킨 콜라가 옆 테이블로 가고 옆에서 시킨 커피가 내 테이블로 오면 종업원에게 화를 내며 왜 잘못 가져왔냐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감사합니다라고 꾸벅 인사를 하고 손님들끼리 알아서 바꾸어 먹는 게 당연하다. 어르신 종업원들이 실수를 할 때마다 그곳에서는 오히려 웃음소리가 들린다. 아이고 이런, 하며 머리를 긁적이는 어르신의 입가에도, 괜찮다고 말하는 손님들의 입가에도 미소가 달려있다.


우리나라도 점점 고령화 사회로 달려가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몸이 안 좋아지고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아픈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고 치매 환자들은 그저 아픈 부분이 머리가 된 것일 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치매 환자들은 바깥세상과 격리되는 방식으로 관리되어 왔다. 그저 허리가 아프거나 무릎이 안 좋은 것과 똑같이 머리가 아픈 것일 뿐인데 그에 비해 너무 큰 대가를 치러왔던 것이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은 지금까지 치매 환자들에게 행해져 왔던 케어의 방식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치매 환자들만을 데리고 식당을 운영했고 보란 듯이 성공리에 운영을 끝마쳤으며 여기저기서 제2, 제3의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들이 생기는 계기가 되었다. 치매 환자들도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 없이 식당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치매를 가진 종업원들의 잦은 실수와 해프닝들을 극복하는 방식이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에서는 종업원들의 실수를 종업원이 아니라 손님들이 극복했다. 주문이 틀리면 자연스럽게 옆 테이블과 바꾸어 먹고 몇 번이나 다시 주문을 받으러 와도 오히려 웃으면서 주문을 했다. 치매를 가진 종업원들이 일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관용과 배려가 밴 행동을 보였던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이 중요하다. 치매를 가진 환자들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충분하다면 치매 환자들을 사회와 격리시킬 필요가 없는 것이다. 치매 환자들도 평범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지금 그것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치매 환자들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부족한 배려와 이해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계단 옆에 경사로를 만들고, 눈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점자책과 소리로 신호를 알려주는 시스템을 만들었으며 귀가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수화 방송을 진행한다. 이렇듯 몸이 안 좋은 이들을 위한 당연한 배려가 시행되고 있는 지금 사회에서 뇌에 문제가 생긴 치매 환자들에 대해서는 어떤 배려가 시행되고 있을까? 선뜻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렇듯 치매 환자들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하기 위한 노력과 그에 맞는 배려가 없고 그러려는 노력도 미비한 사회이기에 치매 환자들은 사회와 격리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단 치매 환자뿐만이 아니라 사회에서 소외받는 모든 계층에 대해서도 적용해 볼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필자는 꼭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에 가서 함박 스테이크를 시키고 과연 어떤 메뉴가 나올지 궁금해하며 메뉴를 기다려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피자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니면 또 어떤가. 다 맛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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