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모 작가님의 소설을 처음 접한 건 '위저드 베이커리'라는 작품을 통해서였다.(그때는 아직 책 리뷰를 시작하기 전이라 이 곳에 리뷰가 올라와 있지는 않다.) 그 당시 '위저드 베이커리'를 보면서 지금까지 보아왔던 청소년 소설과 결이 다른 문체와 표현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청소년 소설을 표방하고 있으면서도 그 서늘하고 어떤 면에서는 잔인하기까지 한 문체와 묘사, 그러면서도 청소년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기에 충분한 스토리 진행이 인상 깊었던 소설이었다. 그래서 도서관을 돌아다니다 구병모 작가님의 '아가미'라는 소설을 보았을 때 주저 없이 집어 들었고 구병모라는 작가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는 생각을 이 소설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최근작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결심이 들게 할 정도로.
이 소설의 주인공은 곤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아이이다. 평범한 아이이지만 하나 특별한 점이 있다면 아가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 옷으로 가려진 몸 안에 오색빛깔로 반짝이는 비늘을 가지고 있다는 것. 곤이 아주 어릴 때 경제적 빈곤을 이기지 못한 곤의 아버지는 곤과 함께 이내호라는 사람들이 찾지 않는 호수에 몸을 던진다. 그렇게 이내호에 버려진 곤을 찾아낸 사람은 이내호 주변의 허름한 집에 둘이 살고 있는 강하와 그의 할아버지였다. 강하와 할아버지는 곤의 아가미를 보고도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은 채 함께 살아가기로 한다. 그렇게 두 남자아이, 곤과 강하, 그리고 할아버지까지 세 사람이 한 집안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 당시 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고 또 곤은 왜 그 집을 떠나게 됐는지 강하는 왜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아가고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소설이 이어지면서 하나씩 펼쳐진다.
이 소설은 구병모 작가님의 첫 소설인 '위저드 베이커리' 바로 다음에 나온 두 번째 소설이다.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보았던 몽환적이고 서늘하며 시니컬한 문체는 그대로 살아있으면서도 스토리의 흡입력과 인물의 내면 묘사 등은 확연히 진보했다. 청소년이라는 성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애매한 경계에 있는 인물들의 위태위태한 내면을 끄집어내어 종이 위에 옮긴 문장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곤과 강하 내면의 순수하고도 잔인한 양면성과 툭 치면 쓰러져버릴 것 같은 아슬아슬함,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해 미숙하면서도 그렇다고 마냥 아이처럼 유치하지만은 않은, 그 중간에 있는 경계에서만 나올 수 있는 그들의 생각과 고민, 갈등을 그대로 글로 옮길 수 있는 구병모 작가님의 능력은 글 속으로 필자를 빠져들게 만들었다.
필자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해봤다. 곤이 가지고 있는 아가미란 과연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필자는 사람들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남과 다른 자신만의 무언가를 작가가 곤의 아가미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는 누구나 저마다의 아가미를 가지고 있다. 남들에게는 없는 나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누구든 하나쯤 지니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부모님이 이혼해 한부모 가정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아가미가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동성을 좋아한다는 것이 아가미가 될 수도 있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큼직한 흉터가 아가미가 될 수도 있다. 사실 곤이 아가미를 숨기고 살아가야 했던 이유는 자신의 불편함 때문이 아니라 남들의 시선 때문이었다. 곤이 물속에서도 뭍과 다름없이 행동할 수 있게 해주는 편리한 기관이 바로 아가미다. 하지만 남들에게는 나와는 달라, 쟤는 평범하지 않아, 이상한 애야 라는 시선을 유발하는 것이 바로 아가미였기에 곤은 아가미를 검은 머릿속에 감추고 다녔던 것이다. 우리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아가미도 마찬가지다. 한부모 가정에서 살아가고 있더라도 아버지, 혹은 어머니 한분에게서도 넘치는 사랑을 받고 살아가고 있을 수 있으며 동성에게 사랑을 느끼더라도 그것 자체가 나의 삶을 불편하게 하거나 힘들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런 사실들을 숨기고 외면하게 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은, 특별한 무언가를 평범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비난하고 이야깃거리로 만드는 타인의 시선 때문인 것이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아가미에 쏟아지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괴로워하고 힘들어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필자도 그런 일을 겪으며 수없이 고민했던 적이 있듯이. 그런 사람들에게 이 소설을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