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설이 좋아서> / 장강명 기획 / 50인 공저
(지극히 주관적인 제 생각을 쓴 글입니다.)
<한국 소설이 좋아서>라는 제목부터 기쁘다.(이 책의 기획자인 장강명 작가가 <한국이 싫어서>라는 책을 썼다는 건 꽤나 아이러니하긴 하다.) 한국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로써(물론 모든 국가의 소설을 다 좋아하지만 번역된 문장은 담지 못하는, 처음부터 모국어로 쓰인 문장만이 줄 수 있는 자연스러움과 아름다움은 한국 소설로 손을 뻗을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이런 서평집을 기다렸다. 한국 소설, 그중에서도 유명하지 않고 베스트셀러도 아니고 이슈도 되지 않았지만 정말 좋고, 재밌고, 가치 있는 한국 소설들을 소개하는 이 서평집은 한마디로 숨겨진 보물들을 직접 찾아다가 눈 앞에 대령해주는 셈이다.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서평집을 읽으며 마음에 드는 책 제목을 적기만 하면 된다. 이 얼마나 매력적인 책인가.(심지어 <한국 소설이 좋아서> E-book은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이 책을 기획한 장강명 작가는 <댓글부대>로 수상한 오늘의 작가상 상금으로 <한국 소설이 좋아서>를 기획했고 출판했다.(한 번 더 강조하자면 그 덕에 우리는 이 노다지 같은 책을 무료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기획자의 말을 보면 장강명 작가가 얼마나 한국 소설을 사랑하는지 절절히 느껴진다. '한국 소설이 재미없다'는 불평에 '사실 한국 소설 정말 재미있는 거 많이 나왔어, 근데 잘 홍보가 안된 거야,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됐다고' 하며 한국 소설을 변호하는 모습이나, 문학성이나 메시지가 아닌 재미를 기준으로 서평이 실릴 작품을 정해 달라는 부탁, 최근 10년 새 나온 한국 소설로 제한하고 베스트셀러나 유명한 문학상을 받은 작품은 빼 달라는 사항 등을 보면 지금 현재 소설을 쓰고 있는 한국 작가들과 그들의 소설에 대한 애정,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좋은 작품들에 대한 안타까움, 한국 소설을 홍보하고 추천할 플랫폼 혹은 기회의 부족함에 대한 아쉬움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과거, 특히 학창 시절에는 나도 한국 소설은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너무 순문학에 치중되어 있다고 느꼈던 당시의 한국 소설은 내 관심 밖이었다. 어린 나는 흥미진진하고 스릴 넘치며 서사에 중점을 둔 외국의 장르 소설과 대중 소설들에 마음을 뺏겼었고 한국 소설은 재미없는 소설, 어려운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는 소설이라고 생각해 멀리 했었다. 하지만 한국 소설계도 점점 변화하고 있다. 이제 한국어로 된 온갖 장르 소설들을 만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SF, 판타지, 호러, 좀비, 로맨스, 미스터리, 추리 등등 한국어로 쓰인 온갖 장르 소설들이 쏟아지고 있다. 안타까운 건 그 많은 소설 중 대부분은 독자들과 만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인이 쓴 너무나 흥미진진한 SF 소설이나 상상도 못 한 트릭을 보여주는 추리 소설, 방대한 세계관과 가슴 떨리는 서사를 지닌 판타지 소설들이 홍보와 마케팅 플랫폼의 부족으로 인해 독자를 만나지도 못한 채 사장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물론 점점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 그 변화가 미약한 것은 사실이다. <한국 소설이 좋아서>는 그러한 안타까운 일들을 조금이라도 극복하기 위한 장강명 작가의 노력인 셈이다.
<한국 소설이 좋아서>에는 총 50인의 필자들이 각각 자신이 추천하는 책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아 쓴 서평 50개가 실려 있다. 50인의 필자들은 아주 다양한 직군에 종사하고 있다. 출판사 편집자나 독립 서점 주인도 있고 뮤지션, 헌책방 대표, 응급의학과 전문의, 소설가, 시인, 온라인 서점 마케팅 실장 등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애정하고 추천하는 한국 소설 50편을 책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글 자체도 읽는 맛이 쏠쏠하다. 어떤 글은 자신이 추천하는 책에 대한 애정이 뚝뚝 흘러넘치고, 어떤 글은 마치 서평 자체가 소설인 양 소개하는 책의 끝이 궁금해 참을 수 없게 만들며, 어떤 글은 추천하는 책에 대한 색다른 시각과 진지한 접근을 통해 이 책의 내용이 도대체 뭔지 알고 싶게 만든다. 결국 <한국 소설이 좋아서>를 다 읽고 난 후 읽어야 할 책만 잔뜩 늘고 말았다.(아직 사놓은 책들도 다 못 읽었는데 또 온라인 서점을 들락거려야 할 참이다.)
유명도나 베스트셀러가 소설의 가치를 정해주지는 않는다. 이 책은 숨겨진 보석들, 알려지지 않은 가치 있는 소설들을 여러분의 눈 앞에 가지런히 정리해 대령한다.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고 손에서 놓을 수 없는 한국 소설들을 찾고 싶은가? 그렇다면 <한국 소설이 좋아서>를 읽어보기를 바란다. 당신이 원하는 한국 소설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지도와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다.(세 번째로 강조하자면, 무료로 다운로드하여 읽을 수 있다!)
책 속 한 문장
'한국 소설은 재미없다'는 불평을 종종 듣습니다. 실은 저는 재미있는 한국 소설들이 지난 몇 년 사이 꽤 나왔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 되지 않았나 의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