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에 다녀왔다. 아이들이 기억할 첫 장례식. 자매에게 이 공간은 신기할 터였다.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은 침울한 표정으로 절을 했다. 제사상도 낯선 아이들은 제단을 신기해했다. 첫째는 영정사진 앞 향과 국화를 살핀다. 그리고 사진 주변에 가득이던 꽃이 아름답다고 속삭인다.
예쁘게 꾸며진 공간은 아이의 바람과는 다르게 묘한 무거움으로 가득했다. 모두 검정 옷을 입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할머니 할아버지는 옅게 웃고 있지만 얼굴에는 빗금 치듯 슬픔이 지나쳐갔다.
장례식에서 돌아온 후 아이들 대화에 ‘죽음’이 주제로 오르기 시작했다. 늘 하던 인형놀이에 장례식 장면이 추가되었고 죽고 나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하기도 했다.
시장에 다녀오는 길. 양손 가득 아이들 손을 쥐고 운을 띄었다. “엄마가 죽으면 어떡하지?” 첫째는 단박에 표정이 어두워진다. “엄마~ 엄마는 죽지 마. 너무 슬플 것 같아” 대답 없이 묵묵히 걷던 둘째가 뒤이어 말을 꺼낸다.
“엄마! 걱정 마! 내가 땅에 잘 묻어줄게! “
둘째는 여느 때보다 의젓하고 씩씩하게 대답한다. 예상치 못한 답변에 웃음이 터진다. 곧이어 나를 가운데 두고 아이들의 설전이 펼쳐진다.
“너는 그 말이 아니잖아! 엄마 죽으면 얼마나 슬플까 그 이야기하는데 무슨 소리하는 거야!”
“언니는 엄마 질문 잘 들은 거 맞아? 엄마가 뭐라고 물었어! 엄마 죽으면 어떡하지 했잖아! 어쩌냐고 물으니까 묻어준다고 대답한 거지!! “
그제야 나는 둘의 대답이 모두 이해가 간다. 첫째는 '죽으면'에 대한 답이었고 둘째는 '어떡하지'에 대한 답이었던 것이다. 아이들의 다름에 다시 고개가 끄덕여진다.
“엄마 질문에 답이 두 가지였구나?"
방금까지 언니에게 무섭게 따져대던 둘째가 갑자기 서글퍼진 목소리로 묻는다.
"엄마~ 그런데 엄마도 죽어요?"
"그럼. 사람은 누구나 죽지. 너무 걱정 마. 엄마는 오래오래 살 거야. 건강하게 살려고 산에도 다니고 운동도 하는 거야. 혹시나 그런 일이 생긴다 해도 엄마 말만 기억하면 슬픔 마음이 금방 사라질 걸? 자. 엄마가 항상 해주는 말이 뭐지?”
아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주문처럼 늘 외우는 그 말. 어릴 적부터 엄마에게 세뇌당한 문장.
"잊어버리면 안 돼! 꼭 기억해! 엄마는 우리를 사! 랑! 해!"
나를 사이에 두고 흘겨보던 눈빛들이 갑자기 합창으로 변한다. 아이들 목소리가 참 좋다.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아야겠다. 다른 대답을 하는 너희와 함께 오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