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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웃게 만드는 말

by 티티카카


아이가 상상한 딸기 표정

아침 상을 치우고 딸기를 씻는다. 밥을 두둑이 먹은 아이들 배에 과일 들어갈 자리는 없나 보다. 딸기는 잊힌 채 식탁에 방치된다. 2시간이 지났을까. 둘째가 문득 생각났는지 식탁으로 돌아온다. 그리고는 금세 풀이 죽는다.

엄마!! 딸기가 시무룩해요!!!

그새 물러진 딸기는 시무룩해져 벌게진 얼굴로 접시에 놓여있다. 아이 표현에 웃음이 난다. 말 배우던 때가 지났는데도 둘째는 가끔씩 나를 웃게 한다



둘째는 올해 학교에 입학한다. 그동안 한글을 따로 봐준 적이 없어 입학을 한 달 앞두고 부랴부랴 공부 중이다. 새로 산 쓰기 문제집에는 단어뿐만 아니라 문장 기호도 가득했다.

“ㅇㅇ아~ 이 문장 기호 뭔지 알겠어?”

자세히 들여다본 후 아이는 자신감 있게 대답한다.

"? 이거는 궁금 표지요?

“! 이것도 알아요! 놀람 표! "

책을 읽으며 봤던 기호에 나름 이름을 붙여본 모양이다. 말문이 막힌다. 혼자 지어본 것 치고 뜻이 통하기에 대견하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했다.

“응~ 맞아. 그 뜻으로 쓰는 거야. 그런데 어른들이 약속한 이름은 물음표와 느낌표야. 친구들은 ㅇㅇ이가 지은 이름은 모르니까 이제 물음표랑 느낌표라고 부르자~”


"흥! 칫! 뿡!" 물음표가 궁금표가 아니라서, 느낌표가 놀람표가 아니라서, 먹고 싶던 딸기가 시무룩해져서 한껏 뾰로통해진 아이가 입을 툭 내밀고 투정 부린다.

“엄마 때문에 나 너무 스트레칭받아!!!”

진지하게 따지는 둘째 앞에서 나는 또 무장해제다. 말 한마디로 이렇게 날 웃겨주는 사람이 이 세상 어디 있을까. 우리 ㅇㅇ이. 스트레칭(스트레스) 안 받고 천천히 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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