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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입학식

by 티티카카

2020년 3월. 원래대로라면 첫째의 입학식이 있어야 하는 달이었다. 몇 달 전부터 가방을 사고 옷을 사며 준비해왔던 입학은 갑자기 덮쳐온 전염병으로 모두 무산되었다. 잠깐일 줄 알았던 반격리 생활은 신천지 사태가 터지며 더 길어졌고, 마스크가 익숙해질 5월 말에야 등교를 하기 시작했다. 입학식 때 입으려 사두었던 코트는 계절이 지나 옷방으로 갔고, 아이는 초여름이 돼서야 얇은 원피스 한 장 걸치고 교문을 들어갈 수 있었다. 코로나 시대 부모에게는 입학하는 아이 뒷모습을 보며 뭉클해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입학 아닌 첫 등교마저도 나는 교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교문밖에서 끝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보내기는 아쉬워 튤립 한송이를 샀다. 첫 등교의 설렘으로 흥분되어 나온 첫째와 친구들은 학교 명패 앞에서 꽃 한 송이 들고 사진 한 장 찍으며 축하를 대신했다.


코로나 시국의 학교생활은 불확실한 일 투성이었다. 등교는 격주에서 주 2회로 바뀌었고 가을이 되자 매일 등교로 바뀌었다. 학부모 상담과 참여수업은 꿈도 못 꾸었다. 그렇게 아이는 어영부영 2학년이 되었다. 학교를 갈 수 없으니 담임 선생님 얼굴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1년에 2번 있는 전화상담 목소리와 화질 낮은 원격수업 화면으로 선생님을 상상할 수밖에.


코로나 시국 2년 차. 전연병에 익숙해진 건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마스크에 적응했고 학교도 시국에 맞춰 많이 변했다. 선생님의 원격수업은 갈수록 좋아졌다. 그리고 전년도에 못했던 참여수업도 볼 수 있었다. 비록 직관은 아니라 유튜브였지만 처음 보는 교실 풍경에 설렜다. 교실 안 모습은 익숙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짝꿍도 없이 한 자리씩 뛰어 앉았고 책상에는 투명 칸막이가 쳐져있었다. 아이들 얼굴마저 마스크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수업받는 모습과 교실 모습을 화면으로라도 볼 수 있어 좋았다.


유튜브로 진행되는 입학식


2022년 3월. 둘째의 입학식 날이 다가왔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입학은 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3월 입학에 성공했다. 이번에는 교문도 열렸다. 교실로 함께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운동장에 따라 들어가 사진 한 장 남길 수 있었다. 입학식 하면 떠오르는 촌스러운 화장한 엄마와 어색한 아이 사진. 진부하지만 가지고 싶었던 추억이다.


학교에서는 며칠 전 유튜브 주소를 공지로 보내주었다. 우리는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노트북 앞에 앉아 입학식 영상을 보았다. 영상에는 마스크 쓴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도 있고 담임선생님 소개도 있었다. 잘 만들어진 입학 영상을 보며 다시금 코로나 시대를 실감한다. 첫째는 둘째의 입학식을 부러워한다. 10살 아이 입에서 "라떼는 말이야~"가 나올 것만 같다. 둘째는 하교해서 돌아온 언니에게 귀가 따갑게 2년 전 일화를 듣는다. 할머니 할아버지 아무도 오지 않았던 입학 아닌 첫 등교날 이야기들. "꽃다발이 어디 있어~ 나는 꽃 한 송이만 겨우 받았어" 엄마 마음이 뜨끔한다.


코로나가 시작되며, 이렇게는 절대 못살겠다 여겨졌는데 벌써 3년이 흘렀다. 시간은 속절없이 지나지만은 않은 듯하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학교는 학교대로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우리는 모두 변화하며 발전하고 있었다. 2년 사이 입학하는 방법을 찾은 오늘처럼 말이다.

코로나 끝! 하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라지만 이제 그런 기대는 접어두기로 한다. 그저 아이들에게 희망을 걸어본다. 예전처럼 자유롭지는 않겠지만 이 가운데서도 행복은 있을 것이다. 작은 행복을 찾아 즐겁게 학교생활을 보내기를 바란다.


둘째야. 입학 축하해! 앞으로 너의 학교생활을 응원할게! 입학한 학생들 모두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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