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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될 아이

by 티티카카

첫째는 입 짧은 아이다. 먹는 것에 영 흥미가 붙지 않아 식사 때마다 나를 애태운다. 제발 잘 먹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는데, 소원은 다른 아이에게서 이루어졌다. 두둥! 둘째 등장이다!


둘째는 신생아 때부터 달랐다. 출산 후 신생아실에 아이를 만나러 갔다. 첫째가 모유만 먹어 뱃골이 작은가 싶어 둘째는 분유를 먹이기로 다짐한 터였다. 신생아실에서는 아이를 건네주시고 50ml 젖병을 주셨다. 안기도 작은 아기를 품에 안고 젖병을 물리는 순간. 아이는 젖병을 부술 기세로 달려든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먹성에 깜짝 놀란다. 아이의 목구멍에서 꿀떡꿀떡 분유 넘어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금세 한 병을 비워낸 아이를 어깨에 걸치고 등을 토닥이자 "꺼억~"트림도 우렁차다.


이유식을 시작했다. 아기의자에 앉히기만 해도 몸을 꼬고 싫어했던 첫째와는 다르다. 둘째는 설레는 표정으로 의젓하게 밥을 기다린다. 숟가락을 가까이 가져가자 아이는 크게 입을 벌린다. 그리고 눈을 반짝이며 다음 숟가락을 기다린다. 후 불어 식히는 시간도 애타는 둘째는 분유 먹듯 첫끼를 가뿐하게 성공한다. 작은 스텐냄비에 이유식을 만들면 일주일을 먹고도 버렸던 첫째 육아였는데, 둘째는 밥솥으로 이유식을 해도 3일을 못 넘긴다. 1시간을 씹던 첫째에게 익숙해진 나는 아이의 먹는 속도에 적응하지 못한다. 칭얼대는 둘째에게 여분의 숟가락을 쥐어주자 밥 먹는 시늉을 한다. '크게 될 아이다!' 이 기세로라면 돌 전에 혼자 밥 먹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고기.JPG 고기 쇼핑중


이제 8살이 된 아이는 또래보다 키가 크다. 2살 많은 언니보다도 몸무게가 3kg 더 나가고 키도 비슷해졌다. 유전적 한계가 있는지 커봤자 눈에 띄게 큰 수준은 아니지만 내보기에는 팔척장신이다. 유치원 단체사진에서도 작은아이부터 찾았던 내 한이 드디어 풀리는 순간이다. 먹성이 워낙 좋아 살찔까 걱정도 했지만, 언니가 하도 호들갑을 떨어놔서인지 햄버거와 피자는 아주 맛없는 걸로 알고 언니 따라 야채도 과일도 잘 먹는다. 그래도 그중 제일은 고기다. 엄마가 뒤돌아본 사이 언니 식판에 있는 고기를 한입에 다 털어놓고 시치미를 떼준다. 골칫덩이 고기반찬 없어진 언니는 좋아라 하고, 언니가 다 먹은 줄 아는 엄마도 좋다. 그리고 좋아하는걸 잔뜩 먹은 동생도 모두 행복한 결말이다.


엄마를 부엌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는 ㅇㅇ아. 엄마 외출하면 보고 싶어 슬프기보다 밥은 누가 주는지 걱정이 되는 나의 딸아! 앞으로도 잘 먹고 잘 자서 큰~사람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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