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바다를 품은 카페 "그냥"

울산 동구

by 티티카카

특별한 스케줄이 없는 주말 바다로 간다. 무거운 캠핑 준비물을 집에 두고 가벼운 차림이다. 오전 내내 뒹굴 거리며 쉬다 커피가 생각날 때쯤 우리는 카페로 간다.


내가 살던 울산은 동해바다가 있어 동서남북 파악이 빠르다. 바다 있는 쪽이 동쪽이다. 집을 나서 바다를 오른쪽으로 끼고 우리는 몽돌해변으로 달린다. 크레인이 즐비한 바다를 지난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마치 터널이 나온다. 터널을 빠져나오면 오른쪽으로 드넓은 바다가 펼쳐진다. 회전교차로를 지나 몽돌 해변으로 들어선다. 파도에 둥그렇게 깎인 돌멩이가 반짝인다. 작은 어촌학교 주전초 골목으로 들어간다. 몽돌 해변가에는 바다를 향한 카페들이 즐비하다. 요즘 유행하는 빈백이 잔뜩 놓인 3층짜리 신상 카페도 있고, 베이커리가 유명한 바다 보이는 인스타용 유명 카페도 많다. 하지만 우리는 좁은 도로를 지나 우리만 아는 카페 “그냥”으로 향한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


홀에 들어서면 바다를 보고 앉을 수 있는 2인용 자리가 있다. 안쪽으로는 평상 자리 1개와 테이블 3개가 있다. 평상 쪽에는 마당이 보이는 커다란 유리창이 있다. 주문하는 곳 안쪽으로는 방과 이어진 문과 주방이 있다.


유리창 끝 좁은 나무문으로 나가면 마당이 나온다. 달마다 마당 풍경은 달라진다. 4월엔 붉은 꽃으로 테두리 져진 작은 연못이 있고 6월엔 해바라기가 담벼락을 타고 줄 서있다. 잔디 위엔 이름 모를 야생화가 모둠을 이루고 있다. 마당 한편에는 주인 부부의 방이 이어져 있다. 방문 앞 마루에도 테이블이 3개가 있어 날이 좋은 날 마루에 앉아 아이들을 바라보곤 한다.


주인아저씨는 예술가인가 싶다. 테이블마다 나무를 깎아 만든 솟대가 있다. 나뭇가지 위에 높낮이 다른 새들이 앙증맞다. 벽에는 카페에 사는 고양이들을 그린 액자도 여러 개다. 두껍게 발린 유화는 입체감이 있다. 모두 잠든 밤이 되면 크게 하품을 하며 고양이가 튀어나올 것만 같다.

바닷가 카페답게 조개 장식물도 많다. 흰 물감을 입은 조개들은 화분을 빙 둘러 있다. 실에 꿰인 조개들은 처마에 매달려 풍경처럼 바람에 가만가만 흔들린다.


창문은 풍경을 담은 액자가 된다.

이 가게에는 고양이가 많다. 테이블마다 한 자리씩 차지하고 팔자 좋게 늘어져 잠을 자곤 한다. 코에 점이난 치즈색 고양이는 아는 사람인 양 내 옆자리에 앉아 한참을 골골 댄다. 눈동자까지 까만 그림자 같은 고양이는 넓은 길 놔두고 내게 좁게 걸어 들어와 다리를 스윽 스치고 간다. 기지개를 켜면 고무줄 늘어나듯 몸이 주욱 늘어나는 고양이들은 보기만 해도 재미나다.


아이들은 좁은 마당에서 지루 할 틈 없이 시간을 보낸다. 첫째는 마루에 앉아 꽃을 그린다. 오래 바라보고 빠르게 긋는다. 꽃 중앙으로 갈수록 색은 진해 지거나 연해진다. 아이의 스케치북에 이유 없는 그림은 없다. 유치원 숲 놀이터 시간에 배운 지식을 술술 풀어내는 아이가 그저 사랑스럽다. 그리다 지겨우면 아이는 고양이를 그리고 나비를 그린다. 뿌듯한 얼굴로 그림을 고양이에게 보여주곤 하는데, 쌀쌀맞은 고양이는 "애옹~"울고는 자리를 옮긴다. 서운함 가득한 첫째가 마냥 웃기다.


둘째는 고양이 따라다니느라 바쁘다. 귀찮아진 고양이가 담장 위로 휙 올라가면 눈에 부러움이 한가득이다. 내 눈치 보는 걸 보니 아이 마음은 이미 지붕 위다. 고양이와 놀고 싶은 둘째는 고양이 보라며 낚싯대를 온몸으로 흔든다. 치즈색 고양이 한 마리가 귀찮은 표정으로 점프를 해준다. 반응에 신이 난 둘째와 심드렁한 고양이를 보다 보면 놀아 주는 건 둘째가 아니라 고양이인 듯싶다.


바람 한점에 조개풍경이 바다소리를 낸다.

아이들이 이렇게 스스로 놀아주면 우리 부부에게도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여유 있게 커피를 마신다. 보아도 보아도 질리지 않은 바다를 보며 들어도 들어도 예쁜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조용하고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을 아끼며 즐긴다. 유행 따라 세련되진 않아도 이곳만의 편안함이 있다. 우리 가족은 이곳에서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걸 좋아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행복한 곳. 우리들의 아지트. 그냥 좋은 우리의 단골집 카페 “그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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