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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티카카 Jun 16. 2022

6월에 해야 할 일

더위에게서 날 지켜줄 6개의 호위무사

"매애맴! 맴맴!"


귀를 찌르는 매미 소리와. 작열하는 태양. 바캉스의 계절 여름. 모두가 기다리는 여름 이건만 나는 더위가 싫다. 겨우내 보일러 없인 살아도, 여름 에어컨 없이는 못 산다. 더우면 정신이 아득하다. 태양이 기력을 뽑아가는 것처럼 온몸에 힘이 쭉 빠져버린다.  


나는 더위를 많이 탄다. 싫은걸 넘어 무섭기까지 하다. 겨울부터 여름 올 것을 걱정하고, 6월이 되면 올해 더위가 어떨지 뉴스를 찾으며 예상해본다. 제일 안심하는 계절은 8월의 끝자락이다. 아직 더위가 기승이지만 정점을 넘어섰다는 건 내게 큰 위안을 준다.


땀샘이 작은 나는 여름에도 보송한 편이다. 부러워할 건 없다. 몸에 열이 많은데 나갈 구멍이 없으니 온몸이 붉어진다. 얼글은 특히 심하다. 촘촘한 머리숱에 갇힌 열기와 몸의 열기가 더해져 여름내 얼굴이 발갛다. 햇빛 알레르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되면 온몸에 반점이 돋기도 한다. 이런 탓에 아이들과 간 바닷가 사진 속 나는 히잡 저리 가는 차림새다.


나는 좁은 땀샘만큼 식도도 오솔길 같다. 불타는 몸안에 차가운 음료라도 제공해야 하는데 목구멍은 당최 크게 열리지가 않아 작은 물조각에도 사레가 들린다. 밥숟가락 하나 분량의 물을 마시다가도 컥컥 뱉어내니 벌컥벌컥  마실 수도 없다. 사레들린 채 숨을 고르다 보면, 이건 목구멍으로써 기능을 하고 있는지도 의문이 간다.


든든한 나의 선풍기


그리하여 6월의 첫째 주 창고를 개방한다. 베란다 붙박이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바로 나를 더위에게서 지켜줄 호위무사 선풍기들이다. 올해는 강력한 보네이도 3개와 모양새는 별로지만 바람은 기똥찬 일반 선풍기 3개가 선정된다. 든든한 나의 무사들은 6월부터 10월까지 나를 호위할 것이다.


1년의 반을 함께할 바람돌이는 창고에서 꺼내지자마자 새단장에 들어간다. 먼저 선풍기를 뒤집어 나사를 풀고 분리를 시킨다. 분리가 되면 겨우내 쌓인 먼지를 씻길 차례다. 아이 미술용 붓은 이때 유용해진다. 마스크를 쓰고 붓으로 먼지를 털어낸다. 선풍기 커버는 화장실행이다. 물로 시원하게 씻은 선풍기는 떼 깔이 곱다. 물기를 말리고 다시 조립하고 코드를 연결해 잘 작동하는지 안위를 확인한다. 씻고 깨끗해진 선풍기가 아이같이 사랑스럽다.


6월. 봄이라기엔 늦고 여름이라기엔 이른 계절. 긴팔은 덥고 반팔만으로는 쌀랑한 계절. 침대 옆, 부엌, 거실 내가 가는 동선에 따라 신수 훤한 선풍기가 배치된다. 모아놓으니 보기만 해도 든든한 마음이 든다.  



전방에 3초 함성! 든든한 나의 선풍기들

6월에 꼭 해야 할 선풍기 청소가 끝이 났다. 이제 여름이 시작될 것이다.
발끝에 뱅뱅도는 선풍기를 두고 바라본다. 올해 여름. 더위 먹는 날 없이 무사히 순탄히 지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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