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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앙꼬 Apr 07. 2021

한 여름, 대프리카의 숲에 가본 적 있나요

7월 : 대구 앞산 고산골유아 숲 체험원

여름의 숲은 푸르다. 그 짙은 초록빛에 마음이 평온해진다. 여름의 숲은 살아있다. 사람들은 더워서 헥헥 거리지만, 숲에서는 생물들이 가장 바쁘게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계절이 여름이다. 매미들은 맴맴 앞다투어 울고, 나비가 날아다니고 메뚜기, 방아깨비, 잠자리 같은 곤충들이 쉽게 눈에 띈다. 물론 불청객 같은 모기도 식생활이 아주 활발하다. 성충이 어떤 모습인지 모르겠는 각종 애벌레들도 기어 다닌다. 여름의 숲에 방문할 때는 해충기피제를 꼭 챙기고 긴팔과 긴바지를 입는 것이 좋다. 그리고 수시로 수분을 보충할 수 있는 물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 


대구는 분지 지형이라서 여름에 무척 덥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대구와 아프리카를 줄여 '대프리카'라고도 부른다. 기온이 35도가 우습게 넘어가는 7월 말, 대구 앞산 고산골 유아 숲 체험원을 찾았다. 너무 더운 시간인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는 피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움직이니 오전 9시에 앞산 고산골에 도착했다. 낙후된 지역에 공룡 공원을 조성하여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공룡의 크기도 무척 컸고, 공룡 소리도 나니까 겁이 많은 20개월 아이가 울고 말았다. 


처음부터 내 목적은 고산골 유아 숲 체험원이었기에 공룡 공원에서부터 우는 아이를 안고 걷기 시작했다. 오전 9시여도 아이를 안으니 땀이 줄줄줄 이었다. 유아 숲 체험원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어린이 체험학습장이 있다. 놀이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놀이시설들이 몇 개 있고, 나무와 꽃, 작은 동물들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단체로 소풍 오기에 좋은 곳이라 생각했다. 유아 숲 체험원은 어린이 체험학습장에서 조금 더 올라가야 있다.


고산골 유아 숲 체험원에 도착하니 줄을 잡고 오르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오르고 나면 풀이 무성하게 우거진 미로원이었다. 어른의 눈높이에서는 길이 훤히 보이는 미로원이었지만 아이의 눈높이에서는 정말 막다른 길이었는지, 뛰어다니면서도 길을 못 찾았다. 결국 내가 한 발 앞서서 길을 알려주었다. 인디언 집짓기, 모래 놀이터, 데크 교육장, 균형 잡기 등의 시설은 유아들이 숲체험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기린 모양의 출렁다리 건너기였다. 한 발씩 한 발씩 내디뎌서 느리게 건넜지만 사람이 없는 시간이라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줄 수 있었다. 몇 번을 건넜는지 모르겠다. 그러다가 시간이 오전 10시가 되어, 유아 숲 지도사와 단체로 학습 온 아이들이 보여서 내려왔다.


앞산 고산골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 있다. 바로 맨발 산책길이다. 아이의 신발도 벗기고 나도 신발을 벗었다. 아이들이 흙을 밟으면 정서 안정에도 좋고 오감발달에도 좋다는데, 어디 한번 흙 좀 밟아볼까. 1km의 흙길이 이어지는데, 더운 날 공룡 공원에 유아 숲 체험원까지 다녀오니 체력이 소진되어 다 걷지는 못했다. 그래도 아이의 고운 발에 닿았을 흙의 촉감을 생각하니 힘들어도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정말로 유아 숲 체험원은 아이의 오감을 골고루 발달시켜 준다. 그래서 더워도, 모기 물려도 감수하고 숲을 찾는 것이다. 손발을 씻는 곳도 있어서 아이도 나도 깨끗하게 씻고 숲 체험을 마쳤다. 



대구 앞산 고산골 유아 숲 체험원 @ 2020년 7월
대구 앞산 고산골 맨발 산책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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