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하남 유아숲 체험원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중에 가장 숲에 가기 좋은 때는 여름이다. 여름의 한낮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에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아이와 놀이터에 가려고 해도 스테인리스와 철로 된 그네, 시소, 미끄럼틀 모두 화상 위험 때문에 사용할 수가 없다. 야외의 공원도 땅이 달궈지고 그늘이 없어서 얼굴이 벌겋게 익기 십상이다. 바닷가로 계곡으로 워터파크로 물놀이를 간다지만 그마저도 코로나 때문에 쉽지 않다. 그래서 에어컨이 빵빵하게 돌아가는 실내 키즈카페나 쇼핑몰에 아이들이 몰린다.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숲으로 갔다. 나무가 많아 그늘이 있어서 도심보다는 숲 속이 온도가 낮아서 좋았다. 물론 에어컨이 시원하지만 장시간 에어컨을 쐬면 냉방병처럼 머리가 아프니까. 여름에는 땀도 좀 흘려야 여름이겠다.
올림픽대로를 타고 춘천 방면으로 가다 보면 하남시에 유아 숲 체험원이 있다. 주차장도 있고 유아 숲 체험원 자체의 규모가 커서 5살 이상의 아이들을 놀리기에 정말 좋다. 아스팔트가 뜨거운 6월 하순이었다. 유아 숲 체험원에 들어서니 나무가 많아서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밧줄놀이, 그물 휴식처, 인디언집, 나무기둥 밟기, 그네 타기, 나무 사다리 오르기 등으로 한참 놀았다. 놀이 공간을 벗어나 산책로를 따라 걸으니 투명보트 타는 곳이 보였다. 코로나로 중단된 것 같았지만 바닥이 투명한 보트를 타면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생각하니 아쉬웠다. 더 걸으면 나오는 재활용품 타악기는 숲 놀이터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것인데도 매번 좋아한다.
날이 더워서 빨간색 파라솔 벤치에 앉아서 물과 간식을 먹었다. 나는 그 틈에 벤치 옆에서 네 잎 클로버를 찾았다. 토끼풀 있는 곳에 가면 아이에게 토끼풀 팔찌를 만들어주고 네 잎 클로버를 찾는다. 풀 하나 가지고도 한참 놀 수 있다. 숲에서 만나는 나무와 풀, 작은 꽃과 열매, 흙과 돌멩이, 곤충들처럼 모든 자연물들이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준다.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된다. 자연물은 자연 그대로 충분하다. 주워서 놀고, 버리고 오면 된다. 플라스틱 장난감처럼 살 때 돈을 지불하고, 버릴 때도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우리 집의 경제 사정에도, 환경에도 비싼 장난감보다 자연물로 노는 게 훨씬 좋은 것이다. 간식을 먹고 나서 모래놀이터에 가서 한동안 모래놀이를 즐겼다. 모래놀이터에 햇빛 가림막이 설치되어 있어 좋았다. 바로 옆에 공룡 흔적 찾기도 있다. 모래놀이터처럼 생겼는데 흙을 파다 보면 공룡 뼈가 보인다. 나도 동심으로 돌아가 함께 뼈 모형을 발굴했다.
하남 유아 숲 체험원의 백미는 미로체험이 아닐까. 자연 미로는 여름에 가야 제일 재미있다. 초록잎들이 무성하게 자라서 아이들이 미로에서 길을 잃기에 좋다. 물론 어른의 키 높이에서는 미로가 다 보인다. 미로 앞에 세워진 유아용 세발자전거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아이들은 발만 얹고, 운전은 엄마가 하는 것이다. 몸은 고달프지만 아이가 까르르 웃으며 좋아하니 그것으로 되었다. 시간이 지나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 어린 시절을 돌이켜볼 때, 엄마와의 숲 체험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