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앙꼬 Apr 07. 2021

웬만한 키즈카페보다 나은 그곳

8월 : 천안 태학산 자연휴양림 유아 숲 체험원


한 여름에도 아이들은 놀아야 한다. 코로나 때문에 실내보다는 야외가 낫겠지만, 8월의 야외는 더워도 너무 덥다. 더위를 식히려면 물놀이가 제격이다. 워터파크는 코로나 때문에 문을 닫았고, 바닷가에는 인파가 몰린다. 그래서 또 숲을 찾게 된다. 8월에는 나무가 많아 그늘지고, 발만 담가도 시원한 계곡이 있고, 야영을 할 수도 있는 자연휴양림 내의 유아 숲이 좋다.  


멀리 여행을 가지도 못하고 답답해만 하던 8월의 여름날, 천안에 있는 태학산 자연휴양림으로 떠났다. 오토 캠핑장이 있어서 캠핑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반나절 바람이나 쐬고 오자는 마음이었다. 아이숲 놀이마당에는 커다란 모래놀이터가 있다. 부모들은 동그란 모래놀이터 둘레에 원터치 그늘막을 치거나, 파라솔을 설치하고 노는 아이를 지켜보았다. 모래놀이터 옆에는 색색의 나무 블록 쌓기가 있다. 숲에서 블록놀이를 하는 것도 즐거운데, 나무로 만든 블록에 알록달록 색을 칠해놓아서 재미를 더했다. 나무에 올라볼 수 있는 사다리, 밧줄 타기, 줄잡고 오르기, 숲 속 나무집, 거미줄 놀이 등이 전부 색이 입혀져 있었다. 한 번 하고 말 것을 여러 번 하게 하는 색깔의 힘이었다. 


한 바탕 놀고 나오다가 잠자리를 잡고, 다리가 한쪽뿐인 방아깨비도 잡았다. 아이에게 보여주면서 곤충 이름을 알려주고 다시 놓아준다. 집에 돌아와 자연관찰책의 잠자리와 방아깨비를 읽어주는 것 까지가 그날의 육아다. 아이는 숲에 갈 때마다 아는 곤충이 늘어나고, 꽃 이름을 알게 되고, 못하던 놀이 시설을 조금씩 한다. 나는 집에서 "안 돼, 뛰지 마" 라며 소리만 지르는 엄마였는데, 숲에서는 "해 봐, 할 수 있어" 용기와 응원을 북돋아주는 엄마가 된다. 


"웬만한 키즈카페보다 낫네."


입이 마르고 닳도록 유아 숲 체험원을 찬양하는 나의 등쌀을 못 이겨 따라나선 남편의 말이다. 막상 가서 보니 덥긴 하지만 남편이 보기에도 괜찮았나 보다. 숲에 사는 곤충들 관찰하는데 1시간, 숲 놀이터에서 1시간. 숲 체험원에 한번 가면 2시간은 거뜬했다. 일반 키즈카페의 입장료도 2시간 단위로 산출되는데, 숲 체험은 무료니 부담도 없다. 여러모로 키즈카페보다는 유아 숲이 나은 것이다. 만약 일주일에 2시간 정도를 아이에게 쓸 수 있다면, 나는 이왕이면 자연에서 아이와 추억을 만드는 데 그 시간을 쓰고 싶다. 



천안 태학산 자연휴양림 유아 숲 체험원 @ 2020년 8월
천안 태학산 자연휴양림 유아 숲 체험원 @ 2020년 8월


이전 07화 한 여름, 대프리카의 숲에 가본 적 있나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