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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앙꼬 Apr 09. 2021

소꿉놀이 어디까지 해봤니?

10월 : 전남 무안 대죽도 유아 숲 체험원

아이들 소꿉놀이 참 좋아한다. 내 아이도 예외는 아니어서 집에 국민 주방놀이를 들였고, 돌 지나서부터 지금 28개월인데도 잘 가지고 논다. 과일과 채소 이름 놀면서 익히라고 사줬던 과일 자르기는 주방놀이와 한 세트가 되었다. 과일 모형을 접시에 담아오고 쿠키와 커피를 내온다. 카페 주인이 따로 없다. 그런데 플라스틱 장난감으로 하는 소꿉놀이는 한계가 있다. 사과는 사과이고, 접시는 접시일 뿐이고, 칼은 칼 밖에 될 수 없다. 다른 걸로 대체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숲에서는 어떨까? 수확의 계절인 가을에 숲에 가면 볼거리, 놀거리가 풍부하다. 툭툭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서 보면 도토리이고 밤이다. 이미 떨어져 있는 것들을 보물찾기 하듯이 주워 모으는 재미도 상당하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을 주웠다. 나뭇잎은 접시도 되었다가, 쟁반도 되었다가, 상추가 되기도 한다. 때에 따라 돈이 되기도 한다. 도토리깍정이도 마찬가지. 보랏빛 좀작살나무 열매를 담는 그릇도 되었다가 숟가락이 되기도 한다. 모래놀이터가 근처에 있다면 모래도 좋은 놀이 재료가 된다. 숲에서 자연물로 하는 소꿉놀이는 한계가 없는 셈이다. 자연물은 아이가 말하는 대로 무엇이든 될 수 있다. 


2020년 코로나 때문에 남편의 여름휴가를 미루고 미뤄서 9월 말 10월 초에 다녀왔다.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니, 국내의 전라남도 목포와 광주에 일주일 가량 묵었다. 당시에 전라도는 거리두기 1단계였지만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기 위해 유아 숲 체험원 투어를 했다. 여행 가서도 아이와 놀아주기 좋은 곳은 유아 숲 체험원이라는 판단이었다. 무안의 대죽도는 대나무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숲 속에 놀이터가 있어 그곳엔 아이들이 많았다. 좀 더 올라가서 자연체험마당, 대나무 정글, 모험의 언덕, 하늘마당은 사람이 없었다. 산을 하나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유를 가지고 하나하나 하면서 산을 넘었더니 시간이 2시간 정도 걸렸다.


평지인 숲 속 잔디마당에서 자연물로 소꿉놀이를 했다. 도토리깍정이를 주워 그릇을 만들고 핑크빛 개여뀌와 빨간 열매를 놓았더니 그럴 싸했다. 아이는 내가 소꿉놀이하는 것을 지켜보더니 주워 모은 도토리와 밤, 솔방울로 장식을 했다. 커다란 내 손 보다 아이의 고사리 손이 작은 열매와 그릇에 더 잘 어울렸다. 자연물로 소꿉놀이를 하고 나서는 치우지 않고 놀던 그대로 놓아두고 온다. 누군가 발견하면 소꿉놀이를 이어가도 좋고, 다람쥐나 동물들이 발견하면 먹이로 주워가겠지.


대죽도 유아 숲 체험원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가을엔 충분히 자연물 소꿉놀이를 즐길 수 있다. 아이와 신나게 소꿉놀이할 동심만 있으면 된다. 자연물로 하는 소꿉놀이의 아이디어는 책 [열두 달 자연놀이]에서 얻었다. 숲 놀이에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다. 만약 아이가 소꿉놀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해도 상관없다. 유아 숲 체험원에는 활동적인 아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놀이 시설도 많이 있으니. 



무안 대죽도 유아 숲 체험원 @ 2020년 10월
무안 대죽도 유아 숲 체험원 @ 2020년 10월
경기 광주 경안 유아숲체험원 @ 2020년 9월
용인 정암수목공원 유아숲 체험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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