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 서울 선우 공원 유아 숲 체험원
가을이 무르익는 11월의 숲은 분주하다. 빨갛게 물든 단풍잎과 노란 은행잎들이 우수수 떨어지면서 진풍경을 만들고, 청설모와 다람쥐들은 겨울 준비를 하느라 더더욱 바쁘게 움직인다. 3살 아이의 손을 잡고 낙엽이 쌓인 유아 숲 체험원을 걷는데, 발에 차이는 낙엽의 바스락바스락 소리마저 흥겨웠다. 정말 가을이었다.
빨간 단풍이 아름다움을 넘어서 황홀하게 느껴지는 숲이었다. 이렇게 예쁜데 굳이 멀리 단풍놀이 갈 필요가 없다. 사랑하는 내 아이와 가을의 숲. 나의 행복을 채우기에는 충분했다.
이 곳이 유아 숲 체험원이다 보니 대근육을 기를만한 놀이 기구들은 많이 있다. 나는 그것보다 자연물로 노는 방법을 생각했다. 아이가 아직 색깔을 잘 모를 때여서 빨강, 주황, 노랑 낙엽을 주워서 색깔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빨강이 100% 빨강이 아니고, 주황이 완전한 주황이 아니고, 노랑도 다 같은 노랑이 아닌 그냥 자연 그 자체의 색이었다. 어디까지가 빨강이고 어디까지가 노랑인지,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색깔도 연속성이 있다는 것을 아이가 이해하려면 얼마나 더 많은 숲을 다닌 후일까.
딱딱딱딱따딱딱따-악
이게 무슨 소리지? 했는데 들어보니 딱따구리였다. 세상에 딱따구리는 또 처음 본다. 삼십 대 중반, 많지 않은 나이지만 내 나이에 겪을 것들을 차례대로 다 겪었다 생각했는데 처음 하는 게 왜 이렇게 많은지. 숲에서는 나도 아이처럼 생경한 경험들 뿐이다. 딱따구리를 한참 쳐다보고 있는데 이번에는 청설모 두 마리가 나무를 오르락내리락했다. 청설모야 숲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건데, 그래도 볼 때마다 놓치기 싫어서 눈이 계속 청설모를 뒤쫓는다.
노란색 은행잎을 주워 모아서 은행잎 부케를 만들었다. 제법 풍성하니 그럴듯했다. 아이에게 건네니 고사리 손으로 부케를 꼭 쥐고 있었다. 아이의 손에 있는 자연물 부케라니. 마음이 너무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