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마음은 힘들어
동글동글한 마음이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부드러움을 솔솔 뿌려 말을 건네어도 보란 듯이 뾰족한 가시로 훅 답하는 사람들을 가끔 만난다. 이런 경우 대처하기가 어렵다. 부드러운 곡선의 마음을 잃고 싶지 않기에 더 그러하다. 뾰족함에는 뾰족함으로 맞서야 한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자면 상대의 뾰족함에 뒤지지 않을 만큼 마음에 가시를 세워야 한다. 그런데 이 사나운 '가시모드'를 거치고 나면 스스로의 마음에도 크고 작은 상처가 남는다. 쏟아냈던 뾰족한 감정이 잊히지 않아 혼자 끙끙 앓게 된다. 소심함에 예민함이 더해진 사람의 어쩔 수 없는 후유증이다.
언제까지고 동글동글한 마음이고 싶다. 하지만 삶이란 건 한 가지 감성으로만 살아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한없이 평화로웠던 하루 뒤에 천둥, 번개로 요동치는 또 다른 하루가 이어지기도 하니 말이다. 이것저것 다양한 모양의 감성들이 적당히 배합되어야 그런대로 삶이라 할만한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 아닐까 짐작된다. 그럭저럭의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 외로 까다롭다.
동글동글한 마음만을 고집하던 생각을 조금 수정하기로 했다. 동글동글함만 주장하다 보니 생각의 폭도, 행동의 테두리도 좁아지는 것이 느껴진다. 적당한 뾰족함을 연습해두는 것도 괜찮지 않나 생각이 든다. 스위치를 조작하듯 '가시모드'도 간단히 켜고 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고 식물의 잎사귀를 바라본다.
길어지는 장마에 마음도 눅눅하다. 식물들은 오히려 한껏 내린 비에 잎사귀의 뾰족함이 살아있다. 평소라면 싱그러운 식물의 생기에 기분이 좋았을 테지만 지금은 어쩐지 잎사귀 끝이 가시처럼 느껴진다. 뾰족한 누군가의 마음들이 마당에 가득하다. 그 속에 서서 동글동글한 마음을 떠올린다. 부드럽고 다정하지만 동시에 거칠고 드센 감각을 가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본다.
농촌일상을 사랑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날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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