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여름내내 푸르른 옷을입고
가지를 키우고
뿌리를 내리던
여름이란 녀석이 물러간다
산마다 울긋불긋한 단풍옷으로 갈아입고
강마다 나무가 내려놓은 잎들이 둥둥 떠다닌다
긴긴 겨울 헐벗고 떨어야하기에
자식 하나 남김없이 툴툴 털어버리고
이제 겨울을 준비하려한다
호호 불어 입김이 하얀 유리창에서
손가락으로 적어보는 가을이지만
멀리 떨어져 쌓인 낙엽들 만큼이나
우리 곁에 불쑥 다가선다
나도 가을인가보다
이내 추워질 겨울앞에서
가지고 있던 삶의 흔적들을 내려놓고
빈손으로 그냥 그자리에서 있다
긴긴 겨울이 지나고 또 봄은 오겠지만
그 봄이 우리 피부에 닿기까지
우리는 바람과 눈과 추위에 떨어야 하리라
희망이 있기에 기다림은 길지 않지만
아무래도 이번 겨울은 길지 않을까.....
(2015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