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남쪽에서 불어온 검은 바람
앞산의 나뭇잎을 몰아 산허리를 돌고
신작로를 내달아 가로수를 펄럭이며
담쟁이넝쿨 옭아맨 돌담을 휘몰아쳐서
상처로 녹이 슨 철대문에 부딪히고는
서럽게 소리 내어 운다
창문을 두드리며 거세게 내리는 장대비
양철지붕을 시끄럽게 걷고
처마 밑 풍경을 흔들어 깨우며
작은 화단 꽃망울, 작은 잎들을 쏟고
미나리 무성한 도랑을 건너서며
간절히 부르짖어 운다
부는 것은 바람인데 닿은 것은 고독이고
내리는 것은 비인데 젖은 것은 그리움이다
비 오고 바람 부는 날
네가 없어 외롭고 쓸쓸한 날
(2016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