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내 마음을 물들이다. (2015년 8월)
8월 3일 울릉도 일주하고 아쉬움이 있어 아들 둘과 같이 다시 섬 일주.
자세히 살펴보지 못한 몇 곳과 다시 돌아보고 싶은 곳을 찾아 나선다.
울릉도에 살았다면 난 이곳저곳 많이 돌아다니며 속살까지 들여다 보았을 것이다.
안개가 낀 날은 안개가 멋있으니까, 노을이 붉은 날은 그 노을을 만나러,
눈이 오는 날은 하얗게 덮인 눈을 헤치며 성인봉으로, 비가 오는 날은 옛날 집 마루에 앉아서,
이런 저런 이유를 만들어서 사진을 찍으러 다녔을 것 같다.
그렇게 다녀도 사물을 보는 눈이 뻔해서 사진에 생각을 담거나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고 그것을 말로 풀어쓰려다보니 문장이 장황해진다.
어찌됐건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울릉도를 만나러 어제보다 더 뜨거운 햇빛을 안고 출발!!!
통구미의 거북바위.
아무리 바라보고 생각해봐도 거북이와는 동떨어져 보인다.
어떻게 바라보아야 거북이로 보일까?
한참을 서서 바라보고서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푸른 바다 위에 솟은 저 봉우리 앞에 서 있노라니 내가 저 바위 위에 서있는 기분이다.
이름 난 곳에 가면 전경이 제일 좋은 곳에 사진 찍는 곳이라는 푯말을 세워놓았는데 그것 때문인지 여행을 다녀온 사진은 인물을 빼면 똑같은 배경의 연속이다.
사진 한 장을 찍어서 복사기에 넣고 계속 복사하는 느낌이랄까.....
구암해변을 달리다 해안선을 바라본다.
세월을 층층이 쌓아서 만들어진 나이테가 그대로 바라보이는 절벽 아래 콘크리트 도로가 이어진다.
파도를 막아주는 방파제 아래로 파도가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옛날 태풍이 왔을 때 이곳을 지나간 적이 있었는데 파도가 차를 덮쳐서 앞도 안 보이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던 기억도 나고, 해안선 경치가 아름다워 차를 세워놓고 4Km 정도 해안선을 따라 걷다가 다시 4Km를 돌아온 기억도 난다.
멀리 사태감의 아름다운 절벽이 그림처럼 다가오고 사태감 터널이 멀리 바라다보이는 곳.
신이 주신 아름다움, 마음에 담는다.
파도는 바람과 비와 함께 있으면 시련을 안길 만큼 거센 풍랑이 된다.
부드러운 햇살과 살랑이는 파도와 함께 있으면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주는 바다가 된다.
집채만 한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도로를 덮치는 날.
여름휴가로 울릉도에 왔다가 기상상태가 악화되어 3일이나 묶여있었다.
그렇게 묶여있으면 걱정도 될 텐데 비 오는 날씨에도 우산을 쓰고 울릉도의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비 오는 날의 바닷가 풍경이 그렇게 아름답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거센 파도가 있어 더 아름답고, 그런 파도가 있어 해산물이 자라고
쓰레기들을 바닷가로 밀어 올린다.
무엇이든 자연이 하는 대로 두는 것. 그것이 자연과 함께 사는 일이고 앞으로 수만 년 지금의 모습을 지키는 것이다.
구암터널 뒤편 낚시하는 사람이 있다.
울릉도에서 낚시를 해본 적이 없다.
낚시에 취미가 없기도 하지만 난 물고기와 밀당을 하면서 기다리는 방법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민물고기를 잡을 때도 족대(반두)를 들고 물에 뛰어들어 직접 고기를 잡는다.
그래서인지 내가 다른 사람보다 참을성이 없고 화를 잘 내는 것 같다.
낚시, 등산, 운동 등 무엇을 하든지 그 사람의 인간성이 나타나게 되는데 성격은 급하지 않지만 화를 참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우리 애들은 나와 함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태감이라는 수만 년 동안 형성된 바위층이 절벽이 되어 서있는 곳에 터널이 있다.
바다 쪽으로 듬성듬성 빗살 무늬가 있어 터널 속에서도 바다가 보인다.
비와 바람과 같은 자연현상으로 바위가 떨어지거나 돌이 굴러 도로를 막거나 사고를 일으키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도 한단다.
멋도 살리고 안전도 살리는 터널이다.
바닷가 산 위에 곰바위가 있다.
어린 곰이 엉덩이를 땅에 깔고 앞발을 들고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바닷가에 낚시하는 사람들이 보이고 고가도로를 빙글빙글 돌면서 올라가는 수층터널이 바라다보인다.
내가 울릉도에 처음 왔을 때 도동에서 사동으로 넘어가는 길에 달팽이처럼 돌면서 언덕을 오르는 고가도로가 있었다.
몇 바퀴 되지는 않지만 울릉도에서 만나는 고가도로라 정말 신기했는데 지금은 터널을 뚫어서 통행이 뜸하다.
그래도 울릉도에 가면 그때의 기억을 더듬으며 고가도로를 한 번씩 달려본다.
반사경으로 보이는 버스정류장이 예쁘다.
만물상 전망대에 섰다.
이곳에서 바라본 만물상은 많은 부분이 가려져서 인터넷으로 본 만물상의 모습은 아니다.
학포에 내려가서 직접 만물상을 보리라 다짐을 했지만 정작 새까맣게 잊고 현포로 넘어갔다.
산이 흘러 짙푸른 바다로 들어간다.
수억 개의 모양으로 얽히고 엮긴 바위들이 촘촘히 쌓여서 바다와 함께 아름게 빛난다.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다 담을 수 없다.
그저 내 마음에 담는 수밖에….
현포 바닷가에서 태풍감을 바라본다.
먼곳이라 태풍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이지 않지만 바다에 이른 형상이 그 웅장함을 더한다.
왼쪽 산 꼭대기에 안테나 같은 것이 서있는데 그곳이 태하등대다.
돌아오는 길에 저곳에 들러서 태풍감을 자세히 보기로 하고 현포 바닷가에서 반짝이는 파도를 바라본다.
산과 바다가 만나는 곳, 그곳이 이곳이다.
현포항에 서면 한 분이 기억난다.
장인어른을 일찍 보내고 집사람이 아버지처럼 여겼던 집사람의 큰아버지.
울릉도를 여행하는 동안 현포를 지날 때마다 큰 아버지가 생각났다.
많이 아프셔서 육지에 가셨다는데,
그 병이 빨리 나아서 다시 웃는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는데
며칠 전 돌아가셨단다.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기를.
현포항 바닷가.
바다와 햇빛이 만나면 눈이 부시다.
작은 파도에 반짝이는 빛들이 시선을 그곳에 머무르게 한다.
이 느낌, 이 감동을 가슴 가득 담아놓으려 사진을 찍어보지만 그 느낌을 다 표현할 수 없다.
아무리 멋진 카메라도 사람의 눈 보다 못하니 사람의 눈으로 바라본 풍경을 그대로 컴퓨터에 저장할 수 있다면 그것이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바다도 바위도 돌들도 하늘도 맑고 밝고 푸르다.
(2015년 8월 4일 - 여행 넷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