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내 마음을 물들이다. (2015년 8월)
현포항에는 바다 쪽으로 짧지만 다리가 놓여있고 다리 끝에 정자가 있다.
정자에서 바라본 곳곳마다 푸르다.
발 아래 바다가 푸르고 고개를 들면 하늘도 푸르다.
먼산의 녹음이 푸르고 바다에 비친 나도 푸르다.
그래서 울릉도를 여행하면서 가슴에 와 닿은 키워드 세 개가 있는데 “푸르다”, “맑다”, “깨끗하다”라는 말이다.
바다와 하늘과 산이 시리도록 푸르고, 바다와 공기가 맑고 깨끗해서 어린아이와 같은 맑고 순수한 자연이 그곳에 있다.
현포항에서 천부 쪽 방향을 바라보면 하늘로 커다랗게 솟은 바위 ‘노인봉’이 보인다.
내가 보기에는 두꺼비가 하늘을 향해 머리를 들고 있는 것 같은 형상을 가졌는데 바위에 주름이 많다고 하여 노인봉이라고 불린단다.
유한한 인간과 달리 훨씬 더 많은 세월을 이곳을 지키며 살겠지.
10년 뒤, 20년 뒤 어느 때라도 이곳에 서서 울릉도를 바라보며 인자한 미소를 지을 것 같다.
내 아들도, 그 아들의 자식들도 볼 수 있겠지.
그러고 보니 부럽다.
현포 고갯길부터 천부항까지 어디에서든지 바다에 오롯이 떠 있는 바위가 보이는데 그것이 공암(코끼리바위)이다. 울릉도 북면을 지켜주고 있는 삼선암과 함께 북면 관광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해안도로를 따라 섬을 일주하면서 육지에서 바라본 섬, 즉 섬의 일부분만 보게 되고 섬의 반대편 모습이나 섬에서 바라본 육지의 모습은 볼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난 섬이나 바닷가 여행은 해안도로를 따라 육지와 섬을 바라보는 여행과 배를 타고 섬과 육지를 돌아보는 여행을 함께하기를 추천한다.
육지에서 보는 바다와 바다에서 보는 육지, 그 빛이 다르고 감동이 다르기 때문에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천부를 지나 죽암을 지나면 바다 가운데 떠 있는 ‘딴바위’를 만나게 된다.
공암이나 삼선암처럼 생긴 모양이 인상 깊거나 전설이 있어 그 바위의 의미를 되새기거나 하는 특별함이 없다. 그래서 공암이나 삼선암과는 전혀 다른 딴 세상의 바위라고 해서 ‘딴바위’로 명명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저런 바위가 산에 붙어있었다면 이름 없는 바위였을 텐데 바다에 우뚝 솟아서 딴바위라는 이름도 얻게 되었으리라.
그러고 보면 모든 사물은 위치가 중요하다.
바위가 바다 가운데 있거나, 산 가운데 호수가 있으면 그 희소성으로 많은 사람이 찾게 된다.
어디에 있고 어떤 존재인가가 내 위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로 본다면 딴바위는 탁월한 선택을 했다.
울릉도 해안로를 걸어가면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고 멋이다.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절경이고 발이 닿는 곳마다 감동이다.
시간상의 제약이나 건강상의 이유가 아니라면 꼭 걸어서 섬 곳곳을 여행하기를 추천한다.
섬 둘레 55Km,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손을 잡고 걸어가면 이틀이면 일주할 수 있는 곳이다.
일주하면서 많은 추억도 쌓을 수 있고 가슴 가득 아름다운 경치를 담을 수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는 여행이 가족의 추억을 만들고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계기가 되지만 간혹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어서 의도치 않게 아이들에 의해 여행의 분위기가 좌우되기 십상이다.
부부가 함께 섬을 걸어보면 과거 연예할 때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르리라.
(2015년 8월 5일 - 여행 넷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