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내 마음을 물들이다. (2015년 8월)
천부항을 지나면 바닷가에 삼선암 중 막내 바위가 보인다.
삼 형제 바위 중 그 끝이 가장 뾰족하고 날카롭고 다른 형제바위로부터 떨어져 나와 있어 멀리서도 그 모습이 외롭게 느껴진다. 혼자 미움을 받았다고 생각해서 지나가는 관광객마다 시비를 걸고 주민들이 배를 타고 지날 때마다 파도를 일으켜 옷을 흠뻑 젖게 할 것 같다. 난 가끔 저런 바위 꼭대기에 오르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데 가족에게 한번 도전해 보겠다고 했더니 살이 쪄서 오를 수 없을 것이고 꼭 운동 안 하는 사람이 그런 짓 하다가 꼭 다친단다. 어쩌면 진짜 그럴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친구들의 말류에도 자신감 하나로 잣나무에 올랐으나 헛딛은 가지가 부러지며 바닥으로 떨어져서 많이 다칠 뻔한 적이 있다. 낮은 곳에서 떨어져서 별 이상 없었는데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면 깁스의 위력을 오랫동안 느낄 뻔했다.
바위든 산이든 절벽이든 건물 꼭대기든 높은 곳을 오르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막내 삼선암을 지나 해안을 따라 조금 돌면 두개의 형 바위가 곧추 서있다.
막내에 비해 키는 크지만 뭉툭하고 완만한 모습으로 남자든 여자든 첫째와 둘째가 주는 이미지를 많이 닮았다. 막내는 바위에 풀도 없지만 두 바위는 자기 몸을 다른 생명체에게 내어주고 더불어 살고 있다.
그 척박한 바위에서 풀이 자라고 나무가 자라고 꽃이 피는 것, 괭이갈매기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고 바다를 날 수 있는 것, 자연은 그 품을 내어준다.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면서 욕심 부리지 않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사는 삶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또 하나, 사람도 함께 있어야 외롭지 않은 법,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고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기를…
섬을 돌아 천부항으로 가는 길에 멀리 송곳봉이 보인다.
산이 뾰족한 송곳 같아서 지어진 이름으로 해발 452m 봉우리다.
이 봉우리를 자세히 보면 산 능선 아랫 부분에 사람이 드나들고도 남을 커다란 구멍이 있는데 매번 지날 때마다 그 모양이 신기해서 몇 번씩 쳐다보곤 했다. 이마에 뿔이 달린 코뿔소 형상을 닮은 것 같고, 또 성형의 힘으로 코를 세운 것 같기도 하다. 송곳봉이 새로운 왕이고 노인봉은 예전의 영화를 회상하며 뒷간에 물러난 왕 정도 되어 보이고, 왕이 발길질하여 바다에 똑 떨어진 게 공암(코끼리바위)인 것 같다.
오래전 울릉도 소개 잡지를 보다가 산 정상 아랫 부분의 구멍에 들어가서 두 손으로 바위를 들고 있는 사진을 보았다. 다음에는 저곳에 가서 나도 바위를 머리에 이고 울릉도가 불러주는 노래를 듣고 싶다.
송곳봉을 보고 곧바로 달려 현포고개, 울릉공설운동장을 지나 태하항으로 갔다.
태하항으로 들어가는 길목 왼쪽 산자락에 광서명 각석문이 있는데 1890년 울릉도에 흉년이 들어 굶주리게 되었을 때 구휼미를 보낸 은덕을 기리기 위해 공덕을 새긴 바위를 말하는 것으로 울릉도 개척기의 중요한 역사적 자료라고 한다. 태하항은 육지의 사람들이 울릉도를 처음으로 개척한 곳으로 울릉도의 역사가 그대로 살아있다. 바다를 생계수단으로 삼던 그 옛 선조부터 바다의 신에게 제사를 지낸 성하신당도 이곳에 있다.
태하항 앞에서 학포 쪽으로 바라보니 깎아지른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선 울릉도 주상절리 풍경이 다가온다.
태하항에 온 목적은 모노레일을 타고 태하등대와 한국의 10대 비경이라는 태풍감을 보기 위해서다.
8년 전 울릉도를 갔을 때는 없었는데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찾는 관광객이 많아지니 모노레일을 설치했나 보다.
모노레일은 2량(2칸)을 운행하고 있었으며 1량에 20명씩 총 40명이 탑승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안전을 위해 안전요원이 인원을 정확히 파악하고 함께 탑승했다.
예전에는 등대까지 가파른 길을 걸어서 올랐는데 지금은 이 모노레일로 짧은 시간에 갈 수 있으니 그 대가로 왕복 4,000원을 받는데 짧은 시간 오르는 것에 비해 비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관광을 위한 편의시설이라면 가격을 조금 더 낮추었으면 좋겠다.
오후 4시가 넘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탑승을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서 찍은 태풍감이나 현포항 전경 사진들을 많이 보았는데 다들 비슷했는데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담기 위해 태하등대에 오르려고 한다.
(2015년 8월 4일 - 여행 넷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