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평양냉면집의 냉면 안내문
ㆍ화학조미료를 추가하지 않은
깊은 육수 맛을 느낄 수 있다.
ㆍ냉면 맛이 심심하여서 맛없게 느껴지지만
세 번 이상 드시면 깊은 육수의 맛을 느낄 수 있다.
ㆍ면을 육수에 잘 풀어서 드시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냉면 한 젓가락을 입에 넣고 그 맛을 음미해보니
이맛도 저 맛도 아니고 말 그대로 슴슴(심심)하다.
냉면 육수를 들이켜봐도 그 맛이 밍밍해서
맹물에 간장 반 술 넣은 듯 간에 기별도 없다.
육수 맛이 그러니 면도 슴슴하다.
만원이나 주고 먹는 냉면인데 돈이 아깝다는 생각,
속았다는 생각이 든다.
세 번 이상 먹어야 진정한 평양냉면의 맛을 알 수 있다기에
두 번째 그 집에 갔다.
냉면 맛이 다르게 느껴지길 기대하고
한 젓가락 베어 문다.
여전히 밍밍하고 슴슴하다.
기대를 안 해서인지 지난번 보다 먹을 만하다.
그래도 그 돈 주고 먹을 음식은 아니다.
세 번째 그 집에 다시 갔다.
냉면 육수를 들이켰다.
조미료의 자극적인 맛에 가려져있던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나는 것 같다.
면을 한 젓가락 베어 물어보니
면이나 육수 고유의 맛이 이런 거구나 느껴지는 것 같고
담백한 맛이 무엇인지를 알 것도 같다.
세 번이란 단어가 주는 의미가 이제야 마음에 와 닿는다.
냉면도 세 번은 먹어야 그 맛을 알 수 있는데
사람은 몇 번이나 만나야 그 내면을 알 수 있을까?
그 사람의 단 한 번의 느낌으로 판단하고 단정한 것은 아닐까?
첫 맛이 슴슴하다고 마지막 맛도 그럴 거라고
진작 포기한 것은 아닐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깊은 맛을 내고,
향기가 나지 않는 듯 하지만
오래도록 은은한 향기가 나는
슴슴한 사람이고 싶다.
만나면 만날수록 그 내면에 깊이와 넓이가 있으며
볼수록 거울처럼 투명한 사람이고 싶다.
그냥 그러고 싶다는 생각에 매일 냉면집을 바라본다.
그리고 나를 바라본다.
(2015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