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의 斷想

쓰레기 분리 수거

by 김남웅



매주 수요일 쓰레기 분리수거


헤지고 떨어진 옷가지

이빨 빠진 그릇

바닥 코팅이 다 벗겨져 눌어붙던 후라이팬

어릴 적 아이들이 꿈을 키우던 동화책을 버린


뒷굽이 다 닳은 10년 된 구두

돌다 지쳐 잠이 든 믹서기

여기저기 수술 자국
내장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이불

20년째 등짝에 붙어 산으로 분신처럼 다니던 가방도 버린다


남을 빛내는데 쓰였던 포장지

더 아름답게 나를 포장하던 화장품 케이스

구멍 뚫린 양말

휴대폰에 자리를 빼앗긴 애물단지
알람시계도 버린다


쓸모없는 것을 버리고

고장 난 것을 버린다

낡고 오래된 것을 버린고

새것에 밀려 난 것을 버린다


내가 잊고 싶은 것

내가 아파하고 힘들어했던 것도 버리고

내가 싫어하는 것

내가 좌절하고 포기해야 했던 것도 버린다


그렇게 버리고

또 버리니

가슴에 쌓인 추억도

마음에 담은 기억도 버려져서

마음 한구석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한겨울 북풍 불듯 마음이 시리다


경비 아저씨 동화책을 들고

겉도 보고

속도 보고

책 한 페이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책을 안고 사라진다


동네 할머니

후라이팬 하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주먹으로 두드려 보더니

자식을 안듯 가슴에 안고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사라진 내 기억과 추억은

물처럼 흘러

바람처럼 돌아

그 누군가의 새로운 추억이 된다

새로운 꿈이 된다


그리고 어느새 새 살이 되고 새 순이되어

내 마음을 채운다

따뜻하다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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