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억을 거슬러 올라 닿은 곳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가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가
궁색한 살림살이를
머리에 이고
등에 지고
가슴에 저미고 살아온 곳
그곳에 갔다
동네 어귀에 들어선다
빨래를 널고
작은 고추밭에 물을 준다
마당에 강아지에게 밥을 주고
옆집 아주머니와 수다를 떤다
집 떠난 자식의 전화를 기다리고
배달부가 가지고 올 누군가의 선물을 기다린다
기력이 떨어진 영감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할매의 잔소리가 담장을 넘는다
누가 그렸는지
어떻게 그렸는지
무엇 때문에 그렸는지
그건 중요하지 않다
담장에 그려놓은 그림은 그냥 그림일 뿐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이
무엇을 꿈꾸고
무엇을 기다리고
무엇으로 행복해하는가
그것이 더 중요하다
사소한 일상의 소원들과
소박한 작은 꿈이 모여
마음의 강이 흘러 내게로 온다
(2015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