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의 斷想

꽃을 꺾다

by 김남웅






길가에 핀 꽃을 꺾었다

잎은 말랐고

꽃은 시들고

생명은 멈춘듯 했다


다음해 핀 꽃을 또 꺾었다

잎은 마르고

꽃은 시들고

생명은 또 멈춘듯 했다


그 다음해에도

그 다다음해에도

꽃을 꺾었지만

잎은 마르고 꽃은 시들었지만

어김없이 꽃이 피고 잎이 돋았다


사람은 꺾으면 시드는데

사람은 꺾으면 마르는데

실망하고 좌절하며 사는데

그렇게 아파하며 지나는데


내가 꺾은 것은 꽃이지

생명이 아니구나

내가 꺾은 것은 잎이지

마음이 아니구나


너의 꽃이 피고 잎이 돋는날

나도 꽃 피고 잎을 펼쳐

너에게 부끄럽지 않은 꽃으로

마르지 않는 생명으로

그렇게 살고 싶구나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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