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버린다
내 이름
그대 이름
내가 아는 이름을 버린다
잊고 싶은 이름
부르고 싶은 이름
화사하고 달콤한 이름을 버리고
밤이 내리는 거리에 선다
이름이 없으니
이름을 잊으니
보이는 것
향기나는 것
조용히 들리는 것
그대로 보고 듣는다
이름에 감추어진
이름에 숨겨진
얼굴에 스치는 바람
손에 닿는 꽃
마음에 비치는 빛
그대로 만지고 느낀다
사물을 아는 지식도 없고
사람을 아는 힘도 없고
물질을 소유한 자랑도 없이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있는 그대로를 누리며 산다
내 이름이 없으니 너의 눈도 없고
네 이름을 모르니 나의 목소리도 없다
내 이름이 없으니 너의 손짓도 없고
네 이름이 없으니 나의 발걸음도 없다
나를 향한 기대도
너를 향한 바램도 없다
이름 정하지 말고
이름 당하지 말고
이름 말하지 말고
이름 듣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 그대로 마음에 담는
가슴이 따뜻하고 진실한
어느 무명의 날이 되게 하소서
(2017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