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내린 아침에는
보이지 않는 듯 보이는
잠든 듯 깨어있는
고향으로 가자
바람도 사라지고
구름도 잠들고
태양조차 가려진
안개가 내린 날
이랑이 일렁이고
나무들이 출렁이고
개울이 보였다 멀어지고
길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안개 낀 고향으로 가자
닭의 노래
소들의 울음
아버지의 기침
어머니의 밥 짓는 소리
마음 한편에 머물다
안갯속으로 사라진
이제는 바래진 기억 속의 나와
나를 감싸던 사랑하는 이들을 찾아
방문을 열고
새벽을 열고
안개가 내린 길을 걸어
고향으로 가자
밭을 지나
개울을 건너
산길을 돌아
고향으로 가자
장소 : 강원도 평찬군 봉평면 무이리
(2017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