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삶의 斷想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남웅 Mar 17. 2018

윗니





                                                                                                                         

열 달 지난 조카가 아랫니로 배를 먹는다

윗니 없이 아랫니를 세우고 사정없이 후벼 파서

제법 크게 한입 물고 웃는데

창밖 보름달 한구석이 휑하다


윗니부터 나는 것이 맞는가 했으나

나의 어릴 적은 세월에 가려 보이지 않아

아랫니부터 나는 게 맞느냐 중얼대는데

어머니가 윗니부터 나면 쌍놈이란다


나도 조카도 쌍놈이 아니라서 좋은데

배를 잘 먹으려면 윗니부터 나는 게 좋을 것 같아

오히려 쌍놈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가도

쌍놈이 아니어서 어머니께 다행이다 생각한다


어느 쪽 이부터 났는지 기억이 없고

어느 쪽 이가 먹기에 편한지 알 수 없지만

내 손톱 어딘가에 상처 나고

내 이빨에 어딘가에 아파하며

젖가슴 내어주던 어여쁜 새색시


이 가을밤

어머니 생각에 마음이 시리다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원길리"에서




(2017년 9월)

매거진의 이전글 작은 꽃을 보았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