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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의 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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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웅 Dec 26. 2019

덕수궁의 밤(Ⅰ)






누구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누구나 하루에 한번 꼭 맞이하는


거리마다 어둠이 내리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조금씩 빨라지고
경쟁하듯 빛들을 쏟아내는 네온들 사이로

세상을 감추고
몇몇 건물의 은은한 불빛이
지나는 이의 마음을 적시는
이곳은 고종의 삶이 살아 있는 덕수궁 입니다

검게 침묵하고 있는 기와
상처로 붉게 물든 기둥
오색빛 아련한 단청
누군가 기다리고 있을 듯한 창호문과
역사의 향기 스며있는 마루

밤빛들이 잠든 공간을
사람들의 나즈막한 소리가 채우고
오고가는 대화가 빛이 되어
그대들의 마음을 비추는

사라져 아름답고
보이지 않아서 빛나는
이곳은 덕수궁입니다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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