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사동해변과 조카들

울릉도, 내 마음을 물들이다.(2015년 8월)

by 김남웅


8년 만에 다시 오는 길.

내 이마에 주름은 늘고
내 머리는 듬성듬성 한데
내 몸의 세월보다 울릉도의 세월은 천천히 흐른다.
바다도 여전하고
동네 풍경도 여전하고
공원 앞 벤치의 할매들의 넋두리도 여전하고

집집마다 널어놓은 나물도 여전하다.
처가도 여전하다.

사동1동 풍경 - 모래가 많아서 사동이란다




장모님과 인사하고 처남 부부와 인사하고

조카들과 인사한다.

조카들이 쑥쑥 자랐다.

콩나물을 물만 먹고도 쑥쑥 자라듯이 많이 컸다.

오늘처럼 오랜만에 조카들을 만나서 쑥쑥 자란 모습을 볼 때

거울을 보고 내 이마에 주름이 늘어갈 때

20대에 좋아했던 음식들이 이젠 싫을 때

세월이 물처럼 흘러간다는 말에 공감한다.


점심을 먹는다.

밥을 먹고 국을 먹는다.

반찬을 먹고 식혜를 먹는다.
오랜 그리움을 먹고
장모님의 넉넉한 사랑을 먹는다.

굶주린 배가 그 사랑으로 풍성해진다.

장모님 그 이름만으로도 먹먹하다




사동해변.
푸른 파도 부서지는 바닷가에 조카들이 놀고 있다.
한겨울 고드름 자라듯 쑥쑥 자랐고
아기 티를 벗고 초등학생의 얼굴로 바뀌고

노는 모습도 웃는 모습도 예쁘고 귀엽다.
환하게 웃는 얼굴에 마음이 열리고
걸어 다니는 걸음에 꿈이 자란다.





바다는 그대로 바다다.

넓은 가슴으로 사람들을 품어 안고

일렁이는 파도로 어루만진다.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사철 푸르고 맑다.

곳곳에 보물들이 있어 그곳 사람들의 생활 터전이고

여름 한낮의 뜨거움을 식히는 냉장고도 된다.


사동 바다 - 그 빛이 눈부시다


바닷속에 몸을 맡긴다.
몸이 시원하다.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마음이 시원하다.

탁 트인 바다와 투명한 하늘이 어우러져

한편의 아름다운 시가 되고 노래가 된다.

주저할 것 없이 옷을 벗고 바다에 뛰어든다.

오랜만의 수영, 아직은 물에 뜬다.





새각단 공원에서 바다를 바라본다.

8년 전 우리 곁을 떠난 장인어른에 대한 생각과

몸이 많이 불편해진 장모님을 생각한다.

누구나 다 늙고 병들면 아픈 곳이 생기고 앓게 되지만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그런 아픔 없이 사랑하고 나누고 행복한 시간 보내기를 기도한다.


새각단 공원에서 바라본 바다. 지나온 세월이 보인다.

바다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위안이 된다.



사동 해안과 병풍처럼 둘러싼 산과

바다를 한참 동안 바라본다.

파도가 연주하는 바닷가 몽돌의 '잘그락'거리는 노래에

귀 기울인다.

무수한 세월을 바다에서 바다와 같이 살았던 이 곳 사람들의

투박한 사투리를 마음에 담는다.

그 바다가 주는 잔잔한 감동이 바람을 타고 내게 온다.


사동바다에서 본 남동쪽 풍경.





[2015년 8월 1일 - 여행 첫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