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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웅 Aug 08. 2020

02. 인왕산의 여름 (2006. 07. 02)

날씨가 뿌옇고 더운날 인왕산에 가다








날씨는 뿌옇고 덥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이런 날 인왕산을 오르지 않는다.


일요일 오후, 뻐근하고 묵직한 몸을 이끌고 집을 나섰다.

앞산 인왕산으로 갈까? 아니면 뒷산 안산으로 갈까?

오늘은 조금 더 높은 인왕산으로 가자.


인왕산현대아파트를 시작으로 능선을 따라 올라

기차바위를 지나 정상으로 가는길.

긴 세월 동안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눈과 비, 바람을 맞으며 긴 생명을 이어온 소나무와

수많은 외세의 침입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대한민국을 지켜온 우리들.

그 둘은 많이 닮았다.


멀리 바라보이는 도심의 빌딩은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산물이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경제성장은

우리 모두의 땀과 희생의 결과이다.

우리들의 시간과 땀이 없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인간의 유한한 삶이

어찌 인왕산의 무한한 삶을 이해할 수 있을까?

태초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인왕산의 역사에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남을까?

나는 어떤 사람으로 남을 것인가?


그 해답을 알고 있는 인왕산.

그래서 나는 인왕산을 오른다.




부암동과 북악산 전경. 그때만 해도 북악산 성곽길은 아무나 오를수 없는 곳이었다.


인왕산의 남쪽과 북쪽 끝 봉오리, 가장 경치가 좋은 곳에 갈 수 없다.  언제쯤 국민에게 돌아올까?


긴 세월 바위에 뿌리 내리고 억척같이 살아온 소나무. 우리의 삶도 가뭄과 태풍과 눈보라를 이기고 지금에 이르렀다. 그런 소나무와 우리는 위대한 존재다.


인왕산의 서쪽은 서대문구 홍제동이다. 윗쪽은 홍제한양아파트, 아랫쪽은 인왕산현대아파트이고, 그 사이 계단식 빌라가 공익빌라다. 지금은 재개발되어 아파트가 들어섰다.


인왕산의 북쪽의 기차바위능선. 북한산과 이어진 인왕산은 바위와 그 바위에 뿌리내린 소나무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멋지다.


서울 어디에서나 보이는 남산타워는 서울의 상징이다. 서울로 이사하고 저 타워에 올라 서울 도심을 바라보며 가족의 건강을 위해 기도했었다.


인왕산 정상쪽에서 내려다본 범바위. 바위와 나무가 어우러진 모습 사이로 전봇대가 보인다. 전봇대가 없었다면 훨씬 더 아름답지 않을까....


범바위에서 바라본 인왕산 정상. 나무들이 바위에 뿌리를 내렸다. 그래서인지 인왕산 소나무는 키가 작지만 은근과 끈기로 이어온 우리의 삶처럼 빛난다.


중간의 청와대와 부속 건물들. 아래쪽은 청운동. 이때까지만 해도 청와대 앞은 일반인이 출입을 금지하고 있었다.


왼쪽이 종로구, 오른쪽이 서대문구. 왼쪽사진의 낮은 주택들은 재개발되어 지금은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섰다. 내가 알고 있는 서울의 모습이 재개발이란 명목으로 점점 사라지고 있다


맨 아래가 독립문극동아파트, 그 윗쪽이 독립문삼호아파트, 우측 위 63빌딩도 보인다. 좌측 중간에 보이는 아현동 낮은 빌라촌도 재개발되어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섰다.


서울이 빌딩과 아파트로 채워져도 청와대 주변은 지금의 모습이 그대로 남았으면 좋겠다. 수백년 흐르면 이곳은 민속촌이 될 것이다. 다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아래쪽이 서촌, 중간이 경복궁. 경복궁 위쪽이 북촌이다. 이곳은 서울의 아주 오래된 기억들이 남아있는 역사의 공간이다.


성곽 사이로 보이는 모자바위. 인왕산은 서울의 다른 산과 달리 소나무가 많은데 궁궐에서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2006. 07.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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