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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웅 Aug 12. 2020

06. 인왕산의 봄 (2007. 04. 07)

개나리와 진달래는 인왕산 봄의 시작이다


인왕산의 봄은 진달래와 개나리로 시작한다.


분홍이지만 햇살에 속살이 비치고

분홍이지만 시선을 당기는 화려함 없는

아주 오래도록 우리 곁에 머물렀던 진달래가

봄바람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망울을 터트렸다.


아카시아처럼 키가 크지 않고

소나무처럼 튼튼한 몸은 아니지만

남쪽에서 봄바람이 불면 어김없이 깨어나

분홍 꽃잎 밀어올리는

봄을 봄같이 예쁘게 하는 진달래.


인왕산의 봄은 개나리로 시작한다.

지금의 인왕산현대아이파크아파트 뒷편에서

범바위 아래까지 개나리 집단 서식지가 이어진다.

인왕산 전체에서 유독 이곳만 개나리들이 동네를 이루고

노란 꽃잎을 펼쳐 봄을 부른다.


개나리는 꽃잎 하나로 눈길을 끌지 못한다.

봄을 빛나게 하는 목련에 비해 초라하다.

하지만 개나리 꽃망울이 노란빛 물경을 이루면

보는 이마다 입가에 미소가 넘친다.


인왕산 건너편 서대문안산에는 벚꽃이 화사하게 핀다.

연희숲속쉼터에 조성된 커다란 벚꽃나무에서

하얀 꽃송이들이 초롱초롱 열리면

많은 사람들이 꽃 속에 빠져든다.


인왕산의 꽃들은 벚꽃처럼 화사하지 않지만

바위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소소한 기쁨을 준다.

노란 개나리가 핀 산길을 오르는 기쁨,

분홍의 진달래가 핀 성곽길을 걷는 행복.

인왕산의 봄에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다.


그리고 인왕산을 아름답게 만드는 또 하나의 존재,

그것은 소나무다.

봄빛이 산마루에 걸리면

뿌리로 부터 물을 길어

잎파리 마다 초록 옷을 입는다.


인왕산 어디에서나 묵묵히 산을 키기고

조선을 지나 대한제국을 거쳐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온 소나무.

고귀한 자태와 묵직한 감동이 있다.


인생의 긴 겨울을 지내고 있는 사람.

추위와 고독에 마음에 상처가 난 사람.

세상의 경쟁에서 지친 사람.

그리고 아직 마음의 봄이 오지 않은 사람.


그런 사람들이 인왕산에 오르면

산은 사람들을 품에 안고

마음 가득 위로와 기쁨

용기와 행복을 준다.


크게 호흡 한번 하고

가슴을 열고 세상을 바라보고

크게 호흡 다시 하고

세상사 고민을 털어버리는

모든 사람에게 위로와 평화를 주는


이곳은 인왕산

지금은 봄이다.



인왕산에도 진달래가 피었다. 이상하게도 진달래 군락지는 보기 힘들다. 한곳에 몰려있지 않고 수줍고 수수하게 보이는 아름다운 꽃, 진달래다.


얼핏보면 바위의 모습이 기차를 연상하게 만든다고 기차바위라 불린다. 파른 하늘과 흰구름과 바위와 소나무. 사람들이 걷고 있었으면 더 아름다웠을 멋진 풍경이다.


4월 7일 부암동, 봄은 왔지만 산에는 아직 갈색의 겨울이 그대로 머물러 있다. 산은 겨울이 제일 먼저 시작되고 제일 늦게 끝나는 곳이다. 봄은 시작했지만 산의 봄은 아직 이르다.


사람이었다면 저런 바위에 뿌리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척박한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긴 세월을 견뎌온 소나무에게서 삶의 진정성을 배운다. 멀리 인왕산 정상이 보인다.


인왕산의 서쪽 홍제동, 2001년부터 이곳에 살았다. 인왕산과 안산 자락에 위치한 지형 때문에 공기좋고 시원하고 조용하다. 이상하게 서울의 다른 지역보다 집값도 싸다.


서촌과경복궁이 뿌옇게 보인다. 매연과 미세먼지와 황사, 사람들이 만든 문명에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세상에 넉넉한 것보다 조금 모자른 것이 낫다는 말을 절실하게 깨닫는다.


중간왼쪽이 경복고등학교, 그 오른쪽 산에 인접한 학교가 청운초등학교이다. 좌 북악산, 우 인왕산의 멋진 풍경을 가진 학교다. 학교와 청운(靑雲)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청운동이다.


인왕산 범바위. 과거 인왕산에 호랑이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병사가 사람들과 동행하여 이곳을 지나갔단다. 범바위에 호랑이가 서있는 듯하다.


인왕산 정상으로 가는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 범바위와 성곽, 그리고 서울 도심까지 한번에 찍을 수 있는 멋진 곳이다. 이곳에서 밥 먹으면 반찬이 필요없다.


인왕산은 1993년 김영삼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전면 개방되었다. 다만 한동안 청와대 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지금은 군사시설을 제외하고 어디든 가능하다.


정상 아래에서 바라본 인왕산 정상. 무채색 바위에 핀 노란 개나리가 보는 이들의 마음에 기쁨을 주고 위로를 준다. 꽃은 사람의 마음을 치료하는 힘이 있다. 


사람이 먼곳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바위. 수많은 세월 동안 저렇게 의연하고 호젓하게 서울을 바라보고 지켜왔다.


인왕산 모자바위. 바위의 모습이 머리에 쓰고 있는 모자를 닮았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언젠가 저 바위 위에 오른적이 있었다. 가슴 벅찬 감동이었다.


저런 구멍이 뚫리기까지 얼마나 긴 세월을 보냈을까? 깎이고 패이고 둥글어지기 까지 얼마나 아팠을까? 여기는 이름조차 섬뜩한 해골바위다.


인왕산의 봄을 가장 잘 표현하는 곳이 인왕산현대아이파크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에 핀 개나리 군락이다. 노란 빛들이 보는 이의 마음까지 노랗게 물들이는 봄의 전령사이다, 참 예쁘다.


나무는 한번도 자기의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때를 따라 꽃을 피우고, 새싹을 돋게하고, 열매를 맺는다. 봄은 이런 나무의 수고와 희생으로 우리에게 오는 것이다.







(2007년 4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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