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겨울을 지나는 길목에 인왕산에 갔다.
바람이 차다.
옷을 뚫고 살속을 파고 드는 추위.
싸매고 동여매도 춥다.
눈이 자주 오지 않는 서울의 특성 때문에
겨울의 인왕산은 날씨가 깨끗하지 않다.
서울의 매연과 미세먼지도 문제지만
중국으로 불어오는 미세먼지나 황사 때문에
눈에 종이를 붙여 놓은 듯 뿌옇다.
인왕산으로 가는 길
응달에는 지난번에 내린 눈이 녹지 않고
하얀색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그 아래 어딘가에서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새싹과 꽃들이 따스한 바람이 불기를 기다린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기까지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이겨내고
따스한 봄날 활짝 꽃을 피우는 그날을 기다린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내가 계획하지 않았기에
내가 맞이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에게 찾아오는 겨울.
내 잘못이 아니어도 나에게 피해를 주고
내 결정이 아니어도 나에게 손해가 되고
내 생각이 아니어도 나에게 아픔을 주는
인생의 겨울.
그 답답하고 힘들고
아프고 저린 긴 겨울을
서로 서로 사랑으로
위로와 도움으로
배려와 섬김으로
이겨나가는 우리가 되기를
수만년 이어온 인왕산도 바라고 있을 것이다.
곧 우리에게도 봄이 올것인다.
기다리자. 참고 기다리자.
무악청구아파트에서 인왕산 정상으로 가는길. 왼쪽 위에 홍제한양아파트가 보이고 멀리 작은 산아래 홍은동이 보인다.
인왕산 성곽은 세월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외세의 침략으로 부터 한양을 지키기 위해 높은 성을 쌓았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 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죽어갔을 것이다.
사진 위쪽 중간에 위치한 건물은 그랜드힐튼호텔이고 그 뒷산이 백련산(228m)이다. 우측 위의 동네가 은평구이다. 무악재를 넘어 녹번, 불광, 연신내로 이어지는 통일로 길이 있다.
인왕산에서 바라본 안산. 안산의 정상에는 봉수대가 있고 뒤편에 큰 철구조물이 있다. 저 구조물이 있는 자리에 시민을 위한 쉴 공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서울의 청와대 주변의 풍경은 어느 중소도시의 풍경과 같다. 낮은 건물들이 늘어서있고, 굴뚝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를 것 같은 풍경이 이어진다. 그래서 나는 익숙하고 정겹다.
겨울산에서 바라본 도심은 겨울을 닮았다. 칙칙하고 우중충하다. 건물도 봄이 오면 더 예쁘고 화사해 진다.
오른쪽 아래 산 옆에 있는 큰 건물이 배화여자대학교이다. 인왕산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다. 우측 중간에 풍림아파트를 짓고 있다. 왼쪽 중간 경복궁 응달에도 눈이 그대로 쌓여있다.
겨울산에는 겨울나무가 있다. 나무가 추운 겨울을 슬기롭게 지내는 방법은 스스로 잎들을 내려놓고 자기를 비우는 것이다. 봄날 더 크게 성장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나무는 안다.
인왕산 정상 바위위에 서서 서울을 본다. 꿈을 꾸고 도전하고 살아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래서 누구나 이곳에 서면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우측 아래 인왕산 정상에서 부터 성곽이 서울시 교육청까지 길게 이어진다. 성곽의 서쪽은 밤마다 조명이 켜져 예쁘게 빛난다.
이때만 해도 정상에는 CCTV가 없었다. 지금은 이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어 사진을 찍을 때 마다 CCTV가 주인공이 된다.
앞쪽 봉오리가 인왕산 기차바위 능선이고, 뒷쪽의 높은 산이 북한산, 오른쪽이 보현봉이고 왼쪽이 문수봉이다. 북한산의 손자쯤 되는 인왕산. 그래도 북한산 혈통의 멋진 산이다. 사진 중간에 있는 경복궁에도 자주 갔었다. 지방에서는 이 정도 규모의 오래된 궁궐을 보기 힘들다. 아이들에게 오래된 문화를 알려주는 좋은 곳이다.
응달의 바위 위엔 눈이 그대로 남아있다. 사람 손이 닿지 않으면 자연은 스스로 자기 모습을 바꾸지 않는다. 자연에게 인간은 자기의 삶을 빼앗는 존재이자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다. 경복궁(중간), 서촌(아래쪽). 경복궁 위쪽이 가회동 북촌과 삼청동이다.
인왕산 성곽을 따라 전봇대가 거미줄처럼 전기줄을 늘어뜨리고 섰다. 청와대를 지키기 위한 군인들 때문이다. 인왕산에는 전봇대, 안산에는 통신탑(?). 감동을 낮추는 것들이다.
홍제원힐스테이트아파트(아래 우측), 인왕산힐스테이트(좌측), 홍제한양아파트(왼쪽중간). 인왕산에서 바라본 홍제동 풍경이다.
어떻게 바위 사이에서 소나무가 자랄수 있을까?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도 자연은 가능하게 만든다. 비록 영양분이 부족하지만 그 뿌리의 든든함은 최고일 것이다.
부암동 풍경. 사진 아래쪽은 하루 대부분 해가 들지 않아서 눈이 빨리 녹지 않는다. 공기도 좋고 조용해서 살기좋은 곳이다.
기차바위에 앉아보면 바위와 하늘의 경계만 보인다. 사람은 이 두 경계를 모두 공유하는 존재다.
(2007년 1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