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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웅 Aug 15. 2020

08. 인왕산 개미마을 (2007. 06. 09)

개미마을, 그 오래된 기억속의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서






인왕산 둘레길을 한바퀴 돌면 서대문구와 종로구의 여러 동네를 만나게 된다.

그 중에 나의 어린시절을 많이 닮은 장소가 있다.

먹는것 조차 풍족하지 않던 시절.

함석이나 슬레트 지붕에 나무나 함석이나 합판으로 벽을 세우고

바람 정도나 막아주던 그런 옛날집의 기억.


서울 도심에서 나의 오랜 기억을 깨울 수 있는

어린 시절 추억의 집을 만나려면

인왕산 자락에 있는 '개미마을'로 간다.


개미마을은 6.25 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판자로 만든 집에서 옹기종기 모여살던 달동네였다.

가파른 언덕 위에 빽빽하게 들어선 집들과 피난민들의 모습 때문에 '인디언촌'이라고 불리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낙후된 개미마을을 개선하기 위해 2009년 금호건설이 '빛 그린 어울림 마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낙후된 지역을 아름다운 벽화거리로 바꾸는 자원봉사활동이 전개되었다.

추계예술대학, 성균관대, 상명대, 한성대, 건국대 등 5개 대학 미술전공 학생 128명이 참여했고, 개미마을 49가구를 대상으로 환영, 가족, 자연친화, 영화같은 인생, 끝 그리고 시작  등 5개의 주제로 벽화를 그렸다.

또한 홍제동 개미마을은 서울의 몇 남지 않은 달동네 가운데 한 곳으로 210여 가구, 420여 명이 살고 있다. 

[출처 : 위키백과]


개미마을에서 3호선 홍제역까지 마을버스가 다닌다.

홍제역 1, 2번 출구 옆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서대문07' 마을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그곳이 개미마을이다.


그리고 인왕산 정상에서 기차바위를 지나

홍제역 쪽으로 내려오다

우측 개미마을 이정표를 따라 내려오면

오래된 건물 몇채가 보이는데 이곳이 개미마을이다.


빨랫줄과 빨래, 불을 지피기 위한 굴뚝

오래된 장단지와 소식을 기다리는 우체통

낡아서 깨진 기와와 구멍이 난 지붕

칠하지 않은 외벽과 사람이 떠난 폐가

허리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출입문


늘 열려있는 대문과 녹슨 철문

비가 새는 지붕에 얹은 천막과 비닐

금이 간 벽과 깨진 유리창과

나의 유년의 기억

그리고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


여러번 오가면서 느낀 것은

집집마다 대문을 열어놓았다는 것이고,

삼삼오오 모여서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담장 넘어 정겹게 들린다는 것이다.

누가 살아도 금방 이웃이 될 수 있는 정 많은 동네다.


우리 기억속의 오래된 건물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건물만 오래된 것이 아니라

그 곳에 사는 사람들도 오래 익어서

음식 하나도 나누어 먹는 정이 흐르는 곳이다.


내가 사진을 찍은 2007년은 벽화를 그리기 전이지만

지금은 벽화가 그려져 있다.

벽돌로 쌓은 담장이며, 집 벽에 벽화가 그려져 있고

사람들과 꽃과 강아지와 같이 익숙한 그림들이

오가는 사람들을 맞이한다.

일부러 벽화를 보러 오는 사람도 있지만

인왕산 등산을 왔다가 들러보는 사람도 있다.


2009년에 그린 벽화는

비와 눈과 바람에 흐려지고

그곳을 지키던 사람들도 도심으로 이사 갔지만

아직 옛정취가 남아 발길을 머물게 하고

마음 한켠에 뭉클한 감동을 주는 풍경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조심조심, 조용히 동네를 한번 돌아보면

1960~1970년대 풍경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인왕산을 올라 획기적으로 발전한 서울 도심을 보고

개미마을에 들러 유년의 기억속 오랜 동네를 보면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개미마을 가는 방법

3호선 홍제역 1, 2번 출구에서 녹번역 방향으로 100여 m 걸어가면 마을 버스 정류장이 나온다.

그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서대문07번 버스를 타고 종점인 개미마을에서 내리면 된다.




집에서 세월이 보인다. 벽에 구멍을 내고 전깃줄과 전화줄이 집안으로 들어간 것도, 창의 문양, 굴뚝의 모양에서 세월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집 대부분은 기와집인데 기와가 오래되면 천막이나 슬레이트를 지붕에 얹어서 비를 피했다. 집마다 건물 167번과 같은 건물번호가 붙여져 있다.


빈 집도 있지만 사람이 사는 집이 더 많다. 담장 아래 바람부는 곳에 건조대를 놓고 남편과 자식의 빨래를 말리고 있다. 벽화를 그리기 전이라 벽은 색이 없는 시멘트 자체다.


기와에 구멍이 나고, 철문에 녹이 슬고, 기둥은 썩었다. 세월은 집 곳곳을 아프게 한다. 윗집에서 아랫집 친구를 불렀을 남자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우편함에도 세월이 쌓인다. 흰색 페인트는 바람과 빗물에 패이고 그 자리를 녹이 차지했다. 이메일이 없던 시절, 저 우체통에 담긴 편지가 사람들에게 기쁨과 설렘을 주었다.


비가 들지 않도록 창문에도 지붕이 있다. 과거 연탄 보일러를 사용하면서 세운 굴뚝이 하늘로 팔을 벌리고 있다. 저 곳에도 그리움을 묻고 누군가 살고 있을 것이다.


천정에 비가 새면 슬레이트를 한장 얹고 또 새면 또 얹고. 세월이 쌓이듯 지붕에도 슬레이트가 쌓이고 비바람과 눈보라에 상처가 났다.


산비탈을 따라 빼곡히 늘어선 작은 집들. 화장실은 마당 한켠에 따로 지어져 있다. 한겨울 저 화장실에 앉으면 몸 속으로 냉기가 훅훅 들어왔고 급속히 모든 것들이 얼었다.


비가 닿지 않는 곳에 빨랫줄이 설치되고 집게들이 그 위에서 빨래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예전에는 크게 느껴졌을 집이 이제는 아주 허름하고 작게 느껴진다.


마을버스 정류장 부근에 있는 공용 화장실. 건물번호 80번. 과거에는 판자촌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했다. 지금은 등산객들이 버스를 기다리며 이용한다.


나이를 먹으면 지붕부터 고장이 난다. 오래되어 삭고, 비와 바람에 지붕이 날라가거나 깨져서 비가 새기도 한다. 지붕을 천막이나 비닐로 감쌌다. 그렇게 비가 안오면 그걸로 좋다


마당을 지키는 나무는 말라가고 벽을 따라 천막이 둘러져 있다. 그렇게 상처투성인 집이 파란 하늘을 이고 있다. 아마 집도 파란하늘을 보고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햇살 좋은날. 빨래가 숨을 쉬고 있다. 뽀송뽀송하게 마른 옷을 남편에게 자식에서 입히려는 고운 마음이 바람에 하늘거린다. 참 정겨운 모습이다.


인왕산 기차바위에서 홍제역 방향으로 내려오다 우측으로 보면 사진과 같이 개미마을이 보인다. 위쪽에 상명대학교 캠퍼스 꼭대기가 조금 보인다.







(2007년 6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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