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마을, 그 오래된 기억속의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서
인왕산 둘레길을 한바퀴 돌면 서대문구와 종로구의 여러 동네를 만나게 된다.
그 중에 나의 어린시절을 많이 닮은 장소가 있다.
먹는것 조차 풍족하지 않던 시절.
함석이나 슬레트 지붕에 나무나 함석이나 합판으로 벽을 세우고
바람 정도나 막아주던 그런 옛날집의 기억.
서울 도심에서 나의 오랜 기억을 깨울 수 있는
어린 시절 추억의 집을 만나려면
인왕산 자락에 있는 '개미마을'로 간다.
개미마을은 6.25 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판자로 만든 집에서 옹기종기 모여살던 달동네였다.
가파른 언덕 위에 빽빽하게 들어선 집들과 피난민들의 모습 때문에 '인디언촌'이라고 불리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낙후된 개미마을을 개선하기 위해 2009년 금호건설이 '빛 그린 어울림 마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낙후된 지역을 아름다운 벽화거리로 바꾸는 자원봉사활동이 전개되었다.
추계예술대학, 성균관대, 상명대, 한성대, 건국대 등 5개 대학 미술전공 학생 128명이 참여했고, 개미마을 49가구를 대상으로 환영, 가족, 자연친화, 영화같은 인생, 끝 그리고 시작 등 5개의 주제로 벽화를 그렸다.
또한 홍제동 개미마을은 서울의 몇 남지 않은 달동네 가운데 한 곳으로 210여 가구, 420여 명이 살고 있다.
[출처 : 위키백과]
개미마을에서 3호선 홍제역까지 마을버스가 다닌다.
홍제역 1, 2번 출구 옆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서대문07' 마을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그곳이 개미마을이다.
그리고 인왕산 정상에서 기차바위를 지나
홍제역 쪽으로 내려오다
우측 개미마을 이정표를 따라 내려오면
오래된 건물 몇채가 보이는데 이곳이 개미마을이다.
빨랫줄과 빨래, 불을 지피기 위한 굴뚝
오래된 장단지와 소식을 기다리는 우체통
낡아서 깨진 기와와 구멍이 난 지붕
칠하지 않은 외벽과 사람이 떠난 폐가
허리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출입문
늘 열려있는 대문과 녹슨 철문
비가 새는 지붕에 얹은 천막과 비닐
금이 간 벽과 깨진 유리창과
나의 유년의 기억
그리고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
여러번 오가면서 느낀 것은
집집마다 대문을 열어놓았다는 것이고,
삼삼오오 모여서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담장 넘어 정겹게 들린다는 것이다.
누가 살아도 금방 이웃이 될 수 있는 정 많은 동네다.
우리 기억속의 오래된 건물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건물만 오래된 것이 아니라
그 곳에 사는 사람들도 오래 익어서
음식 하나도 나누어 먹는 정이 흐르는 곳이다.
내가 사진을 찍은 2007년은 벽화를 그리기 전이지만
지금은 벽화가 그려져 있다.
벽돌로 쌓은 담장이며, 집 벽에 벽화가 그려져 있고
사람들과 꽃과 강아지와 같이 익숙한 그림들이
오가는 사람들을 맞이한다.
일부러 벽화를 보러 오는 사람도 있지만
인왕산 등산을 왔다가 들러보는 사람도 있다.
2009년에 그린 벽화는
비와 눈과 바람에 흐려지고
그곳을 지키던 사람들도 도심으로 이사 갔지만
아직 옛정취가 남아 발길을 머물게 하고
마음 한켠에 뭉클한 감동을 주는 풍경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조심조심, 조용히 동네를 한번 돌아보면
1960~1970년대 풍경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인왕산을 올라 획기적으로 발전한 서울 도심을 보고
개미마을에 들러 유년의 기억속 오랜 동네를 보면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개미마을 가는 방법
3호선 홍제역 1, 2번 출구에서 녹번역 방향으로 100여 m 걸어가면 마을 버스 정류장이 나온다.
그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서대문07번 버스를 타고 종점인 개미마을에서 내리면 된다.
(2007년 6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