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 푸른 나무가 만나서 여름이 익어가는 인왕산
줄기차게 내리던 비
빗자루로 구름을 쓸어서
마당 한구석 쓰레기통에 버리니
해가 빼꼼 얼굴을 내밀고
파란하늘이 활짝 열렸다.
창문을 열었다가 닫기를 여러번
신발을 신었다가 벗기를 여러번
드디어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간단하게 짐을 꾸리고 인왕산으로 간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파란 물이 흘러
내 속을 푸르게 물들이고
발길이 닿는 곳마다 잎들을 흔들며
나를 향해 팔을 벌리고 있다.
푸른 하늘과 바위와 나무와
구름과 풀과 성곽과
바람과 햇살과
그 속을 걷는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걸어가는 인왕산.
집에서 출발해서 무악재역, 청구아파트를 거쳐
빠른 걸음으로 30분 남짓
땀이 줄줄 흐르고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쯤
범바위에 앉았다.
이렇게 맑은 날
이렇게 먼지하나 없는 날에는
인왕산에 꼭대기에 올라
푸른 하늘과 짙어가는 나무와
탁 트인 서울과 시원한 바람을 본다.
흐릿한 하늘과 뿌연 도시속에서
경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꿈보다 현실에 매인 사람들
사람들에게서 상처받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쉼과 위로는 주는
인왕산의 품이 좋다.
세상을 더 많이 사랑하겠노라
그대를 더 많이 사랑하겠노라
하늘에게
나무에게
그리고 나에게 조용히 말하고
해가 질 때까지
바위에 앉아 있었다.
(2007년 7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