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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웅 Aug 24. 2020

12. 인왕산의 이른 봄 (2008. 03. 01)

겨울속에서도 생명을 키우나니






시린 바람에도

눈보라 속에서도

헐벗을 가지 속에서도

봄이 오기를 기다리며

참고 견디는 것

생명을 품는것

그것이 겨울이다.


시린 고난에도

눈보라 역경에도

맨몸으로 세상에 던져져도

희망의 그날을 기다리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것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


얼음 속으로 생명수가 흐른다

나무는 혈관마다 물이 흐르고

가지의 틈새마다 새싹이 나고

꽃이 지천으로 피어나고

곤충이며 동물들도 그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제주도에 유채꽃이 피었다 하고

구례에서는 산수유꽃이 피었다 하고

섬진강에서 매화가 피었다고 하기에


삼일절 아침 간단하게 배낭을 매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오른 인왕산

여기저기 봄이 왔다고 호들갑인데

인왕산은 어디에도 봄이 왔다는 흔적이 없다.


인왕산의 응달에는 녹지 않은 눈이 있고

작은 시내는 아직 얼어있다

속의 뜨거움은 감춘채

산은 아직도 두꺼운 겨울 옷을 입고 있다.


나에게도 봄은 오지 않았다.

바람부는 벌판에 서서

찬바람을 온 몸으로 견디며

긴 산능선을 따라 봄을 향해 가고 있다.


등에 지고 있는 인생의 짐이며

손에 들고 있는 삶의 고난이며

발에 묶여 있는 마음의 고민들이


조금씩 깨어나는 봄과 함께

얼음이 녹아 사라지듯이

그렇게 진정한 삶의 봄이

그렇게 행복한 마음의 봄이

빨리 오기를 기도한다.


이 땅을 위해 피와 땀을 흘리고

때로는 가족과 생명을 희생하며

대한민국을 지켜주신 순국선열과

어려운 환경에서 자식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우리의 부모님


삼일절 인왕산에서 서서

내가 이곳에 서있기 까지

희생과 섬김으로 대한민국과

우리를 지켜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


그 희생이 대한민국의 꿈이고 미래라고

나는 믿고 있다.



[홍제동풍경]안산자락이 검다. 그 어디에도 봄이 오는 흔적은 없지만 분명 그 깊은 어딘가에서는 봄이 살아 위로 위로 올라오고 있을 것이다.


우리 몸의 혈관 사이로 피가 흐르듯 얼음 사이로 물이 흐른다. 자연의 생명은 이렇게 흐르는 물로 시작된다. 우리가 작다고 생각하는 것이 생명을 만들고 자라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나무 위 둥지에도 새들의 생명은 시작되고 있을 것이다. 바람과 추위를 견디고 잎들이 파랗게 돋으면 새끼를 낳고 키우는 생명의 흐름이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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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및도심풍경]서울이 뿌연 매연에 잠겨있다. 우리가 편하려고 만든 수많은 중금속과 오염된 물질이 공기들을 채운다. 기술의 발전과 자연의 보존이 공존하는 함께하는 세상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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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바람에도, 한두번 내린 눈에도 가지를 놓지 않았다. 하지만 봄바람이 불어오면 새싹을 위해 가지를 놓아주려고 한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은 자기를 희생하는데서 시작된다.







(2008년 3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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