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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웅 Aug 27. 2020

13. 인왕산의 봄 (2008. 05. 12)

봄에게 시선을 맞추고 봄의 속삭임을 듣자







인왕산이 깨어난다.

하나씩 깨어나는 것이 아니라

봄이라는 신호에 한꺼번에 깨어나서

기지개를 켜고 키를 한뼘씩 키우며

푸르름을 향해 걸어간다.


노란색 꽃 노란색 피가 흐르는 애기똥풀

초록색 새순을 하늘로 밀어올리는 소나무

하얀 꽃망울을 봄바람에 터뜨리는 벚꽃나무

달빛 깊은 밤 노란 꽃잎 움트는 개나리


하늘을 가리는 나뭇잎이 조롱조롱 열리고

이름모를 풀들이 바람에 춤을 추고

희고 노란 꽃들이 태양에 반짝이는

이곳은 인왕산이다.


겨울을 지나 봄에 만난 인왕산은

그 빛이 푸르고 환하다.

헐벗고 무채색이었던 식물마다

자기 고유의 색으로 갈아입고

본연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너희만 예쁜 것은 아니다.

나도 너희만큼 아름답다.

너희가 사는 세상만 바라보지 말라.

시선을 돌려 우리가 사는 세상도 봐라.


봄바람에 너희만 설레는 것 아니다.

바람이 스치기만 해도 나는 떨린다.

봄비에 너희만 감성에 젖는 것이 아니다

비가 닿기만 해도 내 마음이 촉촉하다.


그러니

너희가 사는 세상에만 시선을 두지 말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관심을 보여달라

그렇게 말하는 인왕산의 속삭임을

그렇게 말하는 봄의 노래를


귀로 듣고 마음에 담으며

기차바위를 지나

하늘에 닿은 정상으로 간다.

 



인왕산 숲이 노란 물결로 출렁인다. 속까지 노란 애기똥풀의 노래가 산에 울려퍼지면 곤충과 새들도 함께 노래한다. 


소나무가 하늘로 팔을 벌리고 키를 키운다. 한해도 그냥 지나치는 법 없다. 부지런함과 꾸준함이 나무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포기하지 말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자.


독립문에서 인왕산 중턱을 지나 부암동으로 가는 길. 차도 다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걸으며 운동을 한다. 푸르른 숲을 지나는 도로가 예쁘다.


날씨는 흐리지만 남산의 숲은 푸르다. 재개발이라는 명분으로 남산 오월의 숲이 빌딩 속으로 사라지지 않기를. 서울의 오래된 건물과 풍경이 그대로 보존되기를. 


일제에서 조선총독부를 지으면서 광화문을 옮겼는데 이를 복원하는 공사를 2006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 그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이다.


인왕산에서 바라본 북악산. 온통 푸르러 완연히 봄이 왔음을 느낄 수 있다. 자연 스스로의 수고와 애씀으로 우리는 시원한 공기와 푸른 숲속을 걸을 수 있다.


2006년 부터 시작한 광화문 복원공사는 2010년에 마무리되었다. 광화문 광장을 지나 경복궁 앞에 이르러 우뚝 솟은 광화문을 지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청와대 위쪽이 삼청동이고 그 우측이 가회동이다. 이곳에 북촌한옥마을이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고 젊은 청년이나 학생들이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곳이다.


계속 인왕산에 올라 같은 장소의 사진을 찍다보면 언젠가는 그 동네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는지 볼 수 있는 기회가 올 수 있을 것이다.


인왕산 정상. 바위가 많은 산은 아름답다. 설악산, 금강산, 북한산 그리고 인왕산이 바위가 많아서 아름답다. 그런 멋진 산을 가까이 둔 나는 행운아다.


누군지 모르지만 바위에 이름을 썼다. 이 아름다운 인왕산 바위에 개인의 이름을 새기는 것이 이 산을 오르는 사람에게 행복한 기억을 줄까?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자.


저렇게 많은 잎들을 피우느라 나무는 봄 부터 물을 길어 올려 뿌리로 부터 가지까지 실어날랐을 것이다. 노력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나뭇잎을 통해 배운다.


인왕산 환희사. 부처님오신날을 축하하는 사람들이 사찰에 모였다. 연등을 달면서 간절히 기도했을 소망이 이루어지고 가족 모두가 건강하길 바란다.


절벽에 꽃이 피었다. 절벽이 가지고 있는 단절과 추락의 이미지를 파란 잎과 하얀 꽃들이 아름답게 만들어 주고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행복한 풍경이다.







(2008년 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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