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의 斷想

'지게'에 대한 기억

by 김남웅



늦가을
굽이진 비탈길을 지나
옥수수 글거리가 뾰족한 밭을 지나
참나무와 잡목이 우거진 뒷산에 올라
지게에 작대기를 바치고 선다

멀리 보이는 고향집 굴뚝에선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고
솥에는 흰쌀에 감자 한 바가 익어가고
배추 된장국과 밥 짓는 어머니의 향기가

바람 타고 내게 흐른다

나무를 고른다
톱으로 나무를 켠다
지게에 맞게 나무를 자른다
나무를 지게에 얹고 일어선다
좌우로 쏠리는 중심을 지게 작대기로 맞춘다
몇 번을 쉬어 집에 다다른다.
그리고 바라본 뒷담에는
지게로 무수히 나른 장작들이
가지런히 모여있다

나무를 할 때도
추수한 곡식을 옮길 때도
거름을 줄 때도
사람을 나를 때도
멍석이나 장판을 옮길 때도
방앗간에서 빻은 쌀을 옮길 때도
지게는 우리와 함께 있었다

옛날 화려했던 시간은
경운기에 자동차에 트랙터에 밀려
거미줄이 촘촘히 쌓인 채
광구석에서 조용히 서있다

지금 지게에게 필요한 것은
나도 아니고
너도 아니고
오랜 시간 친구로 지내다가 먼저 떠난 아버지다
아버지의 어깨가 그립고
함께 건넌 개울이며 윗모퉁이 밭이며
아랫말 정미소며
그토록 좋아하셨던 장미 담배 냄새가 그립다



(2015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