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를ㆍ처음ㆍ가다 (1992년 어느날)
1992년 어느날
후포라는 항구에서 배를 타고
9시간을 달려서 닿은 곳.
사랑하는 그대가 있고
보고싶은 그대가 있고
설레이는 그대가 있는
동쪽 외딴섬 울릉도에 처음 발을 딛던 날.
새벽 3시.
배에서 내린 울릉도에는
부두의 찌릿한 바다내음과
어스름한 새벽을 밝히는 가로등이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줄줄이 늘어서서 비추고 있다.
바다에 비춘 달빛도 영롱하고
가슴을 뚫어주는 바람도 상쾌하다.
사랑하는 그대와
그대의 부모를 처음으로 만나는 날.
걱정 반, 두려움 반, 설레임 반으로 찾은 그녀의 집에서
어머니는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녀의 아버지는 손님이 오셨다고 칼을 세워
오징어회를 뜨고 계셨다.
새벽 오징어회 한 접시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쁨이 있던 그날을 잊을 수 없다.
가끔 찌릿한 바다내음도 나고
울릉도의 풋풋한 취나물 향도 나고
푸른 동해바다의 투명한 마음도 비치는
그녀와 난 24년째 살고 있다.
(2015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