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의 斷想

가을을 닮은 그대

서대문 안산(鞍山)에서

by 김남웅


가을이 지나는 산허리를 돌아서다가
단풍이 지는 나무에 기대었다가
노란 잎들을 내려놓은 은행나무를 바라보다가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을 밟다가
뉘엿 저물어 가는 내 긴 그림자를 쫓다가

아이와 엄마가 맞잡은 손을 보다가
어색한 웃음에 추억을 남기는 셔터소리를 듣다가
아주머니의 호탕한 웃음소리를 듣다가
배낭에서 꺼낸 고구마를 먹다가
발발이 똥개의 긴 목줄을 보다가

그렇게 다다른 가을언덕에
나 보다 훨씬 가을을 닮은
그대가 있다





(2015년 12월)